여섯살 '알딸딸'을 알다.
"어~ 기분이 이상하다."
정신은 몽롱하고,
아찔하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눈이 스르르 감긴다.
"아! 이대로 자면 안될 것 같은데..."
누구에게 들키기라도 할까 두려운 마음에
이불을 머리까지 훌러덩 덮고,
베개를 베고 누워 있는데,
누비이불 하늘이 내게 점점 가까워 온다.
아~ 스르르 잠이 온다.
이 일이 일어나기 1시간 전 쯤의 일이다.
집에 아빠를 찾아 반가운 손님이 오셨다.
나는 처음 본 아저씨에게 빼꼼히 얼굴 내밀며,
쑥쓰러운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는 좀전에 혼자 놀았던
내 자리로 돌아 와 앉았다.
방 끝 코너 책상 밑에 누비이불 펼치고,
그 앞에 장난감 몇개를 가지고 소꿉놀이를 하고 있었다.
두 분은 다과상에 엄마가 직접 담궈 놓은
포도주를 잔에 나누어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중이다.
"저번에 엄마가 포도주 담그면서,
너희들은 절대 마시면 안되는 것이라고 했는데, 아빠랑 아저씨는 잘 드시네.
왜 나는 마시면 안 되지?
포도주 맛이 많이 쓴가? 혹은 매운가?
설마, 정말 맛이 있어서 어른들 만 마시려는
것은 아니겠지?"
여섯살 꼬마의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이 궁금증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지만,
나는 꾹 참고 내가 놀던 장난감에
집중해야 만 했다.
어른들이 앞에 계시니, (예의바른?) 나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그렇게 손님은 아빠와 한시간 쯤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셨다.
아빠는 이후 손님과 함께 외출을 하셨고,
엄마는 잠깐 큰댁에 가신 모양이다.
"집에 나 혼자 남았네..."
덜컥 집에 혼자 남겨지고,
방 한가운데 포도주와 다과상이
덩그러니 내 앞에 놓여 있다.
아빠가 마시다 남긴 포도주 잔이 보인다.
두 모금 채 안될 만큼 양은 적었다.
갑자기 내 눈은 포도주 잔의 붉은 유혹에
빨려 가는 듯, 몸은 이미 그 앞에 이끌려
가 앉아 있다.
이내 생각은 멈추지 않았고,
'포도주의 맛'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무슨 맛일까?
이거 마시면 아빠처럼 기분 좋아서,
헤헤헤 웃음이 날까?
설마, 내가 마시면 엄마한테 들키진 않겠지?"
포도주 맛부터 마시고 난 후의 상황까지
모든 일련의 일들이 머릿속에 영상처럼 수초간
후드득 지나가더니, 금새 나는 아빠의 포도주 잔을 손에 쥐고 있었다.
"에이 마셔 보자~ 아무렴, 괜찮겠지"
혼잣말로 나의 의지를 세워,
난생 처음 포도주라는 맛을 혀끝이
느끼는 순간이었다.
코끝에서 느끼는 알콜의 알싸한 향이
잔 안에 진동하는 것을 느끼는 동시에,
두모금 쯤 되는 포도주를 단숨에 마셔버렸다.
"꾸울꺽~~꿀꺽"
코끝이 얼큰하니 박하향처럼 화하고,
혀끝에 포도주의 단맛이 남아 있다.
"하아~ 이 맛이 포도주 맛이구나" 하고 다 마신
잔을 상위에 내려 놓았다.
5분 쯤 지났을까?
몸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자꾸 눕고 싶은 생각이 든다.
천장이 뱅뱅 돌기 시작하더니, 몸에 힘이 빠져
움직일 수 없이 무겁고, 알딸딸하다.
몇 시간를 잤는지 알 수 없지만,
이미 저녁이 되었고,
아까 놓였던 포도주 잔은 이미 치워지고 없다.
"너 오늘따라 낮잠을 오래 잤구나!
어서 저녁 먹자."
엄마는 나의 '음주 사건'을 전혀 모르신 것 같다.
안도감에 심장은 더 이상 벌렁거리지 않는다.
천만 다행이다.
여섯살 포도주가 내게 '알딸딸'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우쳐 준 날이다.
성찬식의 달큰한 포도주 한모금 만으로도
감히 취하고마는 나는 알콜 분해 능력 제로,
알딸딸 우먼이다.
2016. 8. 15.
오늘은 내 기억 속 젊은 아빠의 생신이다.
보고싶은 아빠를 추억하며,
철 없던 여섯살은 돌아오지 않으리.
佳媛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