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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Sep 17. 2016

물 풍덩~

자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무엇인지 알다.


"아아 차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녀는 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물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금붕어가 꿈벅거리며 물을 보듯,

꺼끌거리는 눈꺼풀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였다.


숨을 쉬어야 하기에,

입을 벌리자 돌돌돌 물이 삽시간에 들어와

숨은 아예 쉴 수 조차 없었다.


"아~~"


물위로 허우적대는 여섯살 소녀의 외마디 소리와 함께 그 광경을 목격하는 빨래터 처자들의 당황한 모습이 스크린을 보 듯,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쿠, 어째~~"

"어여, 아이 구해야지"


웅성 웅성 소녀 주변으로 빨래감이 하나 던져졌고, 소녀가 물위로 세번째 쯤 올라왔을 때,

소녀는 그것을 잡았다.

그리고, 누군가의 강력한 힘으로 소녀의 다리를 붙잡아 올려주어 소녀는 물 속에서 나올 수 있었다.



숨은 제대로 쉬고 있었지만,

뒤늦게 자신이 물속에 빠졌다가

살아난 사실에 감격이라기 보다는,

그져 그 상황이 공포이자 두려움이고,

엄마가 눈 앞에 보이지 않았던 사실에

더욱 놀라서인지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게

울고 만 있었다.



"아휴~ 가엾어라. 애야! 집이 어디니?"



엉엉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주는 동네 언니의

착한 미소와 함께 소녀는 걸었다.


"이제 집에 들어갈 수 있지?"

엄지 손을 치켜 세우며,

젖은 옷을 닦아준 수건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동네 언니는 떠났다.



집 앞 방문 쪽 엄마가 있는 곳을 향하여.

소녀는 다시 크게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나 이렇게 물에 빠졌다가, 살아서 엄마한테 왔는데, 엄마는 아 사실을 알고 있어요?"라고

원망이라도 하듯이 엄마가 나올 때까지

더 세차게 울자,  

소녀의 거친 울음 소리에 놀란 엄마가 나왔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냐? 옷은 왜 이 모양이고..."



엄마를 보자마자,

주마등 같이 지나간 '오후의 빨래터 사건' 의

기억이 더 선명했는지,

소녀는 죽을 힘을 다해 더 울었다.


엄마의 따뜻한 손길에 조금은 진정이 되었는지,

옷을 새로 갈아 입혀주는 상황이 되어서야,

소녀는 말문이 터졌고,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상황을 더듬더듬 설명하였다.



다시 글썽거리는 소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이제는 동네 언니들 따라서, 빨래터 가면 안된다." 엄마의 단호한 메세지가 아니더라도,

소녀는 이제 물 근처는 얼씬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응, 알았어."라고 짧게 대답 하였다.


사실 소녀는 동네 언니를 따라 빨래터 간 것이 문제가 아니라, 빨래터 비좁은 자리를 비집고 어떻게든 소녀도 빨래 방망이질 한번 해 보겠다고 앉아 있다가, 덩치 큰 동네 언니에 밀려, 물 속으로 풍덩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소녀는 왠지 모든 일에 대해 다 말 하고 싶지 않았다.


40여년이 지난 세월 속,

소녀의  '빨래터 물 풍덩'은 죽을 고비를 한번

경험한 아슬아슬한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물 풍덩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수영을 배워 보기도 하였지만, 그다지 수영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빨래터 사건이 주범인 듯 하다.


자신은 수영을 못해도, 아이들에겐 그 비슷한 기억조차도 허락하고 싶지 않은게 엄마 마음이리라.



두아이 모두 초등1~2 학년 쯤, 어린이 기초 수영반을 시작으로, 6개월 정도 배우니 물 속에서 허우적대지는 않는다.


가족 여행 가서,

바닷가 근처에만 서성대는 엄마를 이해할리

없는 아이들은 엄마에게 물 속으로 들어와 수영하자고 하면, 들어가서 수영을 하긴 하지만,

나는 진정한 수영을 즐기지 못 한다.



"물 풍덩 트라우마" 로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기에







추운 겨울에 왠 물이냐?

40여년전, 내 두스푼 기억을 글로 모으는 날...

2015.1.21. 물. 물.. 물...  佳媛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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