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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May 28. 2017

집에 거울 있어요

거울아~ 거울아~


누구네 집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었다.



화장실은 물론이거니와

현관입구에 하나

안방에는 두개,

서재에도 하나,

아이들 방, 드레스룸에도,

코지코너에도 여러개


유난히 거울이 많이 설치되어 있어서

여기가 어딘가?라고

어리둥절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화장실이나 드레스룸에 꼭 있어야 하는

그런 거울 말고,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은경, 브론즈경, 흑경이 요소요소에

붙어 있는 경우도 간혹 있다.


취향의 문제이니 그럴 수 있겠거니....


밖에서 만나는 거울의 동정은 이렇다.

길목마다 비추인 거울은 습관처럼

우리네 모습을 꼭 한번 씩 더 바라보게

하기도 한다.


심지어 동네 길목에 붙어있는 안보용 볼록미러를

거울 삼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길 가다가 거울이나 쇼윈도우 유리면에 비췬

자신의 옆모습을 흠칫 보다가,

그만 기둥이나 코너에 코를 박는 장면을

가끔 목격하기도 한다.


그만큼 인간의 본연의 모습 속에는

현재 자신의 모습을 알고 있으면서도

비취이는 곳이 있을 때 마다,

들여다보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도취본능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이것이 우리의 자존감을 위한

기저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럴 때, 거울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 위한

리허설의 첫단추가 된다.


그래서일까?


자아 정체감이 꿈틀대는

사춘기의 신호탄은 거울이 아닐까싶다.


사춘기 체크리스트 중에는

꼭 이런 문구가 등장한다.


'거울 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하루에 한번 볼까 말까 했던,

심지어 하루에 한번도 보지 않았던 아이가

이제는 하루에도 수 십번씩 거울앞에 서 있다.


세수하고 한번,

로션 바르면서 한번,

옷 입고 한번,

머리 빗으면서 여러번,

뒷태를 다시 한번 보고,

앞태는 두어번 더 본다.

얼굴에 새로 생긴 여드름이나 뾰루지에

눈을 부릅뜨고 세번 더 본다.

가방 매고 한번 더...

그러고선 드디어 집을 나선다.


학교 가는 길에 마주치는 쇼윈도우나 스테인렌스

프레임 미러에도 요리조리 얼굴을 비춰보고,

스마트폰으로 몇번 더 확인한다.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 날에는

발걸음도 가볍다.


이래저래 마음에 들거나, 그렇지 않거나

쭈욱 자신을 들여다 보는 일은 계속된다.


몸의 변화를 하루가 다르게 느끼는 사춘기!

비로소 거울은 필수가 된다.


여학생에게는 집을 나가서 하루에도 수십차례

손거울을 꺼내서 보는 일이 더 잦아진다.

남의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충분히 나에 대해 푸욱 빠져 있는

도취의 시간인 것이다.


사실, 자신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상쇄시키거나 중화시키기 위한 도구인 거울.


그래서, 자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만 있다면,

거울을 보는 일은 일상적이고도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일상의 거울이

박근혜 전대통령의 청와대로

들어가면 조금 다른 결로 드러난다.


분명, 박근혜의 나르시시즘은

거울에서 시작되었을게다.


그녀의 청와대 관저 안

거울방이 온 국민에게

회자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시작되고 난 후,

대통령 부부의 청와대 입성이 며칠 늦어졌던 건,

다름아닌 거울 때문이었단다.


필라테스 요가원처럼~ 이런 거울이었을까?

아예 방 전체가 거울로 덮여 있었다고 한다.

필라테스나 요가, 명상을 위한 방이었겠지.


자신의 몸을 단련하고,

정신적 수련을 했던 탄핵된 전직 대통령

(솔직히, 그녀에게 대통령이라는 명칭도

빼고 싶다.)의 행위에

잘잘못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거울에 둘러싸여 있는 자신의 모습은 때로

스스로를 경배하게 하는  신화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백설공주의 계모인 왕비가 들여다 보는 거울의 주문처럼 신비감마져 안겨주는 요체로

작동한 듯 하다.


이제 그녀는 깨진 거울 속에서

온 국민이 비웃는 소리를 듣고 있을지 모른다.


현재, 이 땅의 비극의 시작은

그녀의 거울이 아니었을까?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동화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 그녀에게

대답해 주었던 것인가?


'보톡스와 필러 맞은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습니다'


거울아~ 거울아~


이것은 성형외과 피부과 광고도 아니고,

거울 판매업자의 광고도 아닌,

그녀의 거울 속 현실 이야기다.




2017.05. 28. 봄바람에 거울을 보다가 ~

가원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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