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生은

지하에서 500생이지~

by 김정현 작가

검정 비닐봉지여~~







나의 생처럼
기구하고
구김 많은 생이 있을까?

난 처음부터
다른이의
따뜻한 사랑과 눈길따윈
바라지도 않았지.

그저 아쉬운대로
어쩔 수 없이와
체면 불구하고라는
문장을 오가는 이들의
속내만 알고 있을뿐이지.

불가분과 불가항력의 수용체가 된
나는 그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좋아했으니깐.

그리고,
그들은 여러사람 다니는 곳에
이내 내 속살이 비칠까,
냅다,
내 팔을 어거지로
묶어버리곤 하지.

나의 생이 다 할 무렵,

내 팔은 뜯겨진 채
휑하니, 속을 훤히 다 보여 주고,
탈탈 털리고서야
세상 속 시름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었지!

이제, 더 이상 떨어질 나락도 없는
지하 오백생,
아니 천생을 더 할지도 모르는

깜깜한 곳에서
동지들과 덧 없이
대좌상면 하며,

5분간의 지상나들이를
바람같은 날이었다고
읊조리리라.



2015. 4. 14. 비 오는 날 !
부스럭거리는 비닐봉지 소리 요란하게 들리다. 佳媛생각

비닐봉지 무게로 버티는 배너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섯살 장독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