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어디에 놓지?
띠띠 띠리리~ 단발머리 리스트 -
"아! ~ 내 옆모습은 언제 봐도 정말 멋지단 말이야."
나르시시스트의 원조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그는 이미 자신의 모습에 푸욱 빠져 있다.
20대 초반 젊은 피아니스트 리스트(1811~1886)
1822년 11살 때 빈 공연을 시작해서,
그의 천재적인 연주와 재능은 주변 모든 음악가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는 상태였다.
심지어, 당대 최고의 작곡가 중에 하나였던,
베토벤 조차도 어린 천재 피아니스트 연주를 직접 보기 위해 행차할 정도였으니
당시 그의 유명세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더불어 무대에서 그의 엔터테이너적 기질도 스멀스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주회가 시작되기 전,
무대 뒤 락커실 거울에 비췬 자신의 옆모습을 빨려들어가 듯 주시하더니 만족한 듯,
입가의 미소는 반쯤 머물러 있었다.
좀전 무대 매니저로부터,
지난 연주회때 보다 객석이 100명은 족히 더 찼다라는 전갈을 듣고나서부터는
흥분된 마음을 당췌 감출 수 없는 듯 노래까지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으음~~ 환상적인 밤이야!
오늘밤 귀부인들 중 몇명은 지난 연주회 때처럼, 나의 연주를 듣고 또 실신하겠지? "
주문을 외듯 중얼거리는 입이 씰룩대더니,
이내 어깨까지 들썩이며, 으슥대기까지 한다.
그날 연주도 여느 때처럼,
많은 귀부인들은 리스트 피아노 연주에 반하여 열광했고,
환호하다가, 열성팬임을 자인이라도 하듯 연신 눈물을 흘렸고,
연주를 마치는 순간에는 기다렸단 듯이 손수건을 던지며 리스트를 외쳐댔다.
더불어 여인네들이 끼고 있던 장갑도 던져져,
무대에 나뒹굴고 있었다.
급기야, 연주회 앙코르 연주에 실신해서 들것에 실려가는 귀부인도 종종 있었다.
리스트는 그토록 자신의 옆모습에 자신이 있었던 것일까?
피아노만 사알짝 무대쪽으로 비스듬히 놓았을 뿐인데...
마치, 관객은 그 모습을 기다렸단 듯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 열광적인 반응을 받아서,
호응해 준 리스트의 무대매너 또한 환상적이어서,
더욱 여성팬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당시 만해도 피아노의 위치가 뚜렷이 정해져 있지 않았고,
연주자 옆모습이 보이는 방식은 리스트를 통해 처음 이루어진 것이었다.
리스트는 관객의 즉각적인 반응을 보기 위한 호기심의 발로로
피아노 위치를 조금 비틀어 놓았을지도 모른다.
리스트 자신도, 그것이 빅히트를 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으리라.
혹은, 평소 자신의 옆모습에 자신만만해서,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무대에서 피아노 위치 약간 비틀기는
리스트를 시작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제 피아니스트는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에게,
옆모습에 자신이 있던 없던 할 것 없이 고스란히, 옆모습을 보여줘야 만 한다.
리스트로부터 피아니스트의 무대연주 위치의 필연은 시작됐다.
"자, 그럼! 오늘밤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La Capanella)를 들어 볼까요?"
어깨에 살짝 닿을듯 말듯한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끼 듯 하늘거리고 있는 남성.
우연히 보게 되는 날에는,
옆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슬쩍 훔쳐 보면서,
그의 음악적인 감수성에 빠져든다.
이건 분명 리스트 신드롬 아닐까?
그리하여, 오늘부터 단발머리로 머리를 길러야겠다고 마음 먹을 뭇남성들도 있지 않을런지...
오!! 리스트여~~
"리스트! 정말 옆 모습 멋있는 남자였군!"혼자 중얼거리며... 2015. 4.26. 佳媛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