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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Jul 07. 2016

다섯살 호기심

한번은 아이로, 한번은 엄마로

하늘을 훨훨 날아가는 노랑 나비가 꽃밭에 앉아

쉬고 있다.

다시, 하늘 위로 올라간다.


다섯살 평생 처음 본 풍경에 신비감마저 감돈다.

(다섯살 이전에 본 기억은 기억에 없다.)


"우 와 ~~ 나비 이쁘다."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따뜻한 풍경에

나비의 날개짓이

느린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여섯살 동네 언니 손잡고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따라간다.

어둑어둑하고 으슥한 헛간에 졸졸졸 따라

들어왔다.

"언니 여기가 어디야?"

"으응...여기에 있으면 재밌는 것 볼 수 있어."

"뭔데?"

"쉿! 조금만 기다려 봐"


숨죽이면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머리 위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

움직임을 살피기 위한 아이들의 열심은 옹기종기 모인 서너명 아이들의 숨소리마저 하나되게 한다.


세월을 보여주는 뒤틀린 목조 들보와 도리 위로 까맣게 움직이는 형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야 하는 아이들은 필경 난생 처음 보는 오물거리는 움직임에

신기하다는 생각을 먼저 한 탓인지 동그란 눈망울 속에서 그것들의 움직임이 반짝거리기까지 한다.


"와~~와! 언니 신기하다."

"히히힛 신기하지? 나는 어제도 여기 와서 쟤네들 봤다. 쟤들 모두 가족인가봐~"


아이들은 헛간 안에 여기저기 널부러진 지푸라기의 눅눅하고

퀴퀴한 냄새도 마다하지 않고,

한동안 쪼그려 앉아, '평화로운 세계의 구현자'처럼 천정 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쉴새 없이 재잘거리던 아이들 앞에

고요한 평화는 계속되었고,

다리가 아픈 아아들은 이내 지푸라기 펼쳐진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한 없이 들보 위 만 쳐다보고 있노라니, 이내 아이들은 꿈벅꿈벅 졸립다.


멍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 보고 있는 아이들은 수면병 걸린 병아리 마냥 반쯤 눈이 감겼다

떴다를 반복한다.


조금만 지나면 스르륵 잠이 들려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이 평화로운 세계에 들어가 있는 동안,

동네는 사라진 아이들을 찾느라,

온통 난리가 난 모양이다.

그 중에는 다섯살 꼬마 엄마인 나의 엄마도 끼어 있었다.


저 멀리서 아이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이들 중, 여섯살 언니가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는 소리를 듣고 헛간 밖으로 나간다.

아우성치고, 애타게 찾던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이내 자신의 딸을 발견하고, 반가웠는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면서, 투두둑 달려온다.


뒤이어 달려 온 동네 사람들과 나의 엄마도 헛간 안으로 들어왔다.


"엄마! 저거 봐!"

아직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다섯살 꼬마는 낭랑한 목소리로 엄마를 부르며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엄마를 반긴다.


"엄마 저기 저 쥐들 좀 봐봐!

맨 앞에 아빠쥐, 엄마쥐가 있고,

새끼 쥐가 엄마쥐 꼬리 물고 계속 따라다녀.

신기하지? "


네 다섯마리의 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지어서, 들보 위를 차례로

다니는 모습이 신기한 모양이다.


" 이것아! 여기서 뭐하는 거여?

엄마는 너 얼마나 찾았는줄 알아?"

애타게 찾아 헤매다가,

아이를 찾고는 정신줄 놓고 흐느껴 우는 엄마 품으로 꼬마는 안기었다.


엄마의 울음이 그져 슬픔이고 

아픔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저절로 흐른다.

"엄마 울지마~"


저 때문에 울었던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이내 엄마 품에 안기어 같이 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니는 쥐가족의 끈끈함을 생애 처음 보았다.


다섯살 호기심은 끝났지만,


하마터면,

자식을 잃어서, 생이별 할 뻔 했다고 무덤덤하게 얘기하는 늙은 엄마의 모습에

지난 세월동안 묵혀졌던, 엄마의 사랑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나도 엄마처럼 엄마가 되었다.


아이를 잃을 뻔한 일이 얼마나

가슴 철렁하게 하고,

애를 태우는 사건이라는 것을 나의 아이들을

통해 생생하게 체험한다.


한번은 아이로, 한번은 엄마로...

이럴 땐,

인생이 달콤 쌉싸래하다.




엄마는 영원한 사랑이다.

2016. 07. 07 佳媛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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