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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작가 Oct 08. 2018

변성기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아침 일찍 그는 내 곁을 떠났다.




며칠전부터 아니 몇주 전부터 기대했던

여행이었을까?

새벽 4시 30분 알람이 울자,

일어나서 분주하게 집 떠날 채비를 마치고,


내게 잠깐의 따뜻한 포옹과 작별인사를 뒤로 한 채,

행복한 뒷모습을 보여주고 그는 홀연히

떠나버렸다.


"아~ 이게 우리의 이별연습 같은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마음 한켠이 허해지면서

 쓸쓸해진다.


그래도, 3일 후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니,

 이별연습으로 치면 아주 짧은 것이겠지?~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의 위로를 얻은 듯,

좀 전에 떠난 그의 모습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걸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가 떠난 첫 날 저녁.

텅빈 그의 방을 두바퀴 쯤 배회하고,

멍하니 방바닥을 쳐다 보며 서 있다가

책상앞에 놓인 그의 사진을 어루만지고

싱겁게 웃고 방을 나왔다.


저녁은 맛있게 먹었는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여러가지가

궁금했지만, 도통 그에게서 연락이 없다.


"얼마나 즐거우면, 연락도 없을까?" 서운한 마음이

코끝까지 찡하게 올라왔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밤 10시쯤 그에게 문자 하나 띠리릭 날아 왔다.


"잘 도착해서 놀다가 이제 자야할 시간이야.

엄마 사랑해(하트) "

하트를 보는 순간 마음이 뿅뿅뿅...

서운했던 마음이 눈녹듯이 사라졌다.


"그래, 몸 조심하고 남은 여행 잘 보내고 돌아오렴. 엄마도 사랑해(하트) "

이제 그가 3일간 여행을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

오는 날이 됐다.


저녁 7시가 다 돼서 집으로 돌아온 그를 보는

순간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와락 껴안았고,

몇년 동안의 별리를 경험한 양

호들갑스럽게 환영 인사를 주고 받았다.

"아들! 여행 즐거웠어? 피곤하진 않니?"

"응, 재밌게 보냈어. 어젯밤에는 애들하고

새벽까지 재밌게 놀고, 이야기하느라 잠 많이 못

잤는데, 아까 공항에서 내려 버스 타고 오면서

좀 잤더니 괜찮네"


목소리를 듣는 순간

며칠 전 아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정말 목소리를 아끼지 않고 놀았던 것인지,

아니면 친구들끼리 신나게 노래를 불렀던

모양인지,

걸걸하고 쇳소리 나듯 조금은 답답한 듯 묵직한

목소리가 귀에 거슬리게 들린다.


"피곤하겠다. 오늘은 일찍 자렴"

"응 그럴게"

낭랑한 목소리로 조잘조잘 댔던 며칠전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어색하고 생경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방안에 들어갔다.

며칠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에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았고, 고요히 하루가 지나갔다.

일주일이 성큼 지나갔다.


아들의 목소리는 예전의 낭랑한 목소리로 결코

돌아오지 않았다.


"변성기였구나"라고 깨닫는 순간,

일주일 전 쯤 아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그리워졌다.

귀엽게 재잘대던 아이의 청명한 목소리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가슴에 모두어 두었고,

이제 청소년기가 시작되었다는 신호탄으로

아이의 변성기를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된 것이다.


그날 이후로 몇달동안 어색하고 낯설게 만 느꼈

엄마만이 갖는 특별한 기억도 내 인생에 너를 기억하고 새기는 한축이 되었다.

며칠간 집을 떠났다가 돌아온 그날,


변해버린 너의 목소리에 대한 아쉽고 서운한 생각은

아직도 떠나 보내기 싫은 '쓸쓸한 가을' 정도의

감성처럼 내마음 한켠에 숨겨진 비밀처럼 스멀댄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어느날  아들의 목소리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던 날을 추억하며~

2018년 10월 8일 가원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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