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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y Mar 21. 2024

우리 아기가 뒤집었어요!

세상 가장 기쁜 첫 순간들.


아기가 태어나고 1년 동안이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사회적으로 가장 크게 발달하는 시기라고 합니다.

태어나서 앞도 잘 못보고, 목도 못 가누던 꼬물이였는데 한 달, 두 달, 몇 달이 지나자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아기 목에 힘이 들어가자 목을 꼿꼿이 세우고 엄마를 쳐다봅니다. 쳐다보고 싶은 쪽으로 고개도 훽훽 잘 돌려요.

아기가 처음 “까르르~” 소리를 내며 웃던 그 순간!

너무 신기해서 “우르르르 ~ 까꿍! 우르르르~ 까꿍! ” 몇 번이나 아기를 웃겨봅니다. 이도 없는 잇몸을 씩 보여주며 내던 그 웃음소리. 세상에서 제일로 듣기 좋은 소리였어요.


언제 뒤집기 하나? 뒤집기 시작하면 뒤집기 전쟁이라던데.. 그래도 뒤집기를 기다려 봅니다.

아기를 거실 이불 바닥에 눕혀 놓았는데… 뒤집을까, 말까 몸을 움찔하더니 확 뒤집습니다.

“오! 우리 아기 뒤집었다! ” 멀뚱멀뚱 스스로 놀란 아기를 보면서 엄마는 신나서 방방 뜁니다.


뒤집고 나서 기어 다니려고 엉덩이를 들썩들썩 움직이는 건 어찌나 귀엽던지요. 몸이 근질근질한가 봐요.  

어느새 다리에 힘도 생겨서 저 ~ 멀리 있는데도 기어서 엄마한테도 잘 와요.

하루하루 시간이 더디다 했는데 지나고 보니 왜 이렇게 큰 걸까요? 웃고, 뒤집고, 기어 다니고 하는 모습에 엄마 마음이 뭉클합니다.


아기들이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하는 것.. 저지레 (일이나 물건에 문제가 생기게 하여 그르치는 일)라고 하죠? 곧 저지레가 시작됩니다.

물티슈 뽑기는 기본이고, 부엌문 열고 그릇 꺼내기, 현관문 앞에 가서 신발 만지기.

난리 치는 아기 가두려고 아기 방에 유아 안전문 설치해서.. 참 잘 사용했었죠. 그러면 열어 달라고 거기 매달려 있어요.


드디어! 첫 발걸음을 떼던 그 순간!!

와아!!

아빠와 엄마는 물개박수를 칩니다. 세상에.. 발걸음 하나 떼었다고 이렇게 환호할 일일까요?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자국을 내었던 것처럼.. 우리 아기의 첫 발자국이 엄마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누워만 있던 아기가 기어 다니고, 붙잡고, 일어나고 하는데 그러면 엄마가 아기 쫓아다니느라 바빠져요.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하고, 누워있을 때가 편하고, 걷지 않을 때가 편하다는 말.. 왜 그런지 하루가 다르게 느끼게 됩니다.

앉게 되면서 뒤로 뻥 넘어지기도 하고, 걸어 다니면서 앞으로 꽈당하는 일도 많았어요.

텔레비전 장식장에 넘어졌는데 하필.. 보호쿠션이 없는 부분에 부딪혀 눈 윗부분이 크게 멍들기도 했어요.

호기심도 많아져서 엄마가 사용하고 밀어 두었던 다리미를 몰래 만져서 손이 데이기도 했어요. (이건 엄마 불찰이 크기도 했지요ㅠ)



우는 게 단지 알았던 우리 아기.

울고, 웃고, 토라지고, 화도 냅니다. “너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구나.. 좋고 싫음이 확실하구나. “ 달라진 아기 모습에 새삼 놀랍니다.

애착하는 장난감도 생기고, 즐겨 읽는 책도 생깁니다.

우리 아기가 좋아했던 ’ 인사해요. 안녕‘이라는 동물 친구들 책이 있었는데… 호랑이 페이지만 나오면 늘 기다렸다가 “어흥! ” 하면서 흥분했어요. 그럼 엄마도 그 부분이 기다려집니다. 그 책만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읽었지요. 책도 장난감도 한창 좋아하게 되어서 밤마다 당근마켓을 열심히 들어가고, 발품을 팔아서 놀아주고 읽어주었습니다.

아가가 좋아하면 엄마도 좋고, 싫어하면 엄마도 싫었어요.


내 인생에 이렇게 큰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사람이 있을까요?

내가 첫사랑이라고 고백해 줬던 남자친구도, 한 이불 덮고 살자던 남편도 전해 주지 못했던 찐하고 찐한 감정들.


밤마다 내 품에 파고들어 손을 꼬옥 만지고 자는 우리 아기.

엄마가 안 보이면 화장실까지 기어와 문을 빼꼼히 여는 우리 아기.

세상 서럽다가도 힘껏 안아 토닥여 주면 눈물 가득, 환화게 웃는 우리 아기.

나에게 가장 크고 아름다운 미소로 뛰어와 주는 우리 아기.


목을 가누고, 뒤집고, 앉고, 기어가고, 일어나고

웃고, 토라지고,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그 모든 첫 순간을 함께 느끼게 해 준 우리 아기.

아기 키우면서 힘들지만 그 힘듦을 잊게 해주는 순간들이 이런 순간이 아닐까 싶네요.

마치 아기를 키우는 건 내가 보지 못한 내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겪었을 나의 첫 웃음, 첫 뒤집기, 첫걸음마,  

그리고 그 순간 느꼈을 부모님의 감정까지….

우리 아기를 통해서 그 첫 순간들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니 아기를 키우는 것은 감사하고도 놀라운 일이었네요.


때론 지치고 괴롭지만 이래서 엄마는 또 힘을 내나 봅니다.

앞으로도 나에게 보여줄 내 아가의 수많은 첫 순간들. 벌써부터 기대되고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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