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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Nov 06. 2018

결혼하니 좋니?

결혼은 미친 짓일까

#결혼은 미친 짓일까

헤헤 이것도 나 자신을 그린 일러스트이다.


브런치에 오니 너무너무 좋고 편하다. 아직 내 브런치는 알려지지 않았고, 그래서 더 자유롭다. 책을 3권 출간하고, 그러면서 블로그나 인스타가 더 이상 순수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보다, 뭐랄까 안타깝게도 홍보의 수단이 되어 버렸다. 당연히 사람이 모이면 나를 알려야 하니까, 당연한 수순이지만 한편으론 씁쓸하다. 브런치는, 내게 있어 청정구역이다. 수질 1급 청정수. 

아무도 나를 모르고, 그래서 나는 자유롭게 이 얘기 저 얘기 떠들 수 있다. 심지어 사랑에 대한 이야기까지. 후훗.


내가 결혼을 한 뒤 가장 많이 질문을 받는 부분은 '결혼하니 좋니?"이다. 나는 대충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대답을 기대하는지 반은 알 것 같다. 하긴 돌이켜보면 나 역시 결혼할 때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조언이랍시고 한 이야기는 


"다시 생각해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능력 있으면 혼자 살아, " 따위였다.


내가 결혼을 하고 보니 사실 이 이야기들은 너무 극단적인 농담이고,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결혼이라는 환상이 너무 크면 후회가 크고 그렇다고 환상이 너무 없으면 결혼을 해서 뭐하나..라는 비관론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판단과 생각을 하기 전에 연애와 결혼에 대한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어쩌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연애를 할 땐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게 되어있다. 누구나 그렇지 않나? 소개팅이나 미팅할 때 최상의 옷에 최상의 피부로 나가지, 허연 침 묻히고 소개팅 나가는 사람이 없듯이.... 연애 초기라면 컨디션은 더더욱 좋다. 항상 최상의 언어, 최상의 이미지로 상대방을 대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웃는 일만 남게 된다. 매일이 설렘이고, 매일이 웃음바다이고, 그렇게 사랑으로 연결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결혼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단 결혼을 하는 순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눈곱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꼴,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 꼴, 이 꼴 저 꼴을 모두 마주하게 된다. 연애는 100미터 단거리 달리기라면, 결혼은 아주 초 장거리 달리기와 같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하나가 아닌 둘이서 손을 잡고 달려야 한다. 


아스팔트 탄탄한 길을 함께 달려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똥밭을 함께 걸어야 할 때도 있다. 그냥 똥밭이기만 하면 좋겠지만 별 미치광이들이 중간에 끼어들 때도 있다. 그러니까 늘 최상의 컨디션일 수는 없다. 최악의 컨디션, 아니 사람의 밑바닥까지 여실히 보는 경우가 많다. 연애를 한다면 내가 굳이 너의 밑바닥을 보면서까지? 굳이 너의 가족까지 얽히면서?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간의 추억은 아름다웠으나 피곤으로 다가온다면 쿨하게 이별을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결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금니 꽉 깨물고 '내 사람, 내 남편이니까.'라는 마음으로 손을 잡고 다시 길을 걷는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이 사람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나는 혼자 뜨내기처럼 여행 다니기를 무척 좋아하는 히피 같은 영혼이었다. 지금도 사실 반은 히피의 영혼이 흐르고 있다. 일 년에 수도 없이 혼자 여행을 떠나지만 결혼을 한 뒤로 남편을 위해 함께 다니려고 노력하고 있다. 뭐야? 이것도 노력이야?라고 하지만 나에겐 참 엄청 대단한 노력이다. 남편도 나의 히피 특성을 너무 잘 알아 철저하게 내 시간을 보장해준다.  남편은 텔레비전 박사이다. 모든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외우고 내게 유행어를 이야기해주었다. 하지만 그는 나의 조용한 시간을 위해 텔레비전을 안 보거나 이어폰을 끼고 본다. 나 역시 그의 노력에 깊이 감사한다.


포인트는 이것이다. 그러니까 연애랑 결혼은 아주 많이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 마음의 세팅부터 달라져야 한다. 만약 노력, 헌신이 없이 연애할 때처럼 그냥 뭐든 나에게 맞춰야 한다. 아니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이런 자세로 결혼을 한다면 정말 쉽지 않은 길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헌신, 노력, 이 두 가지를 기본 전제로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있다면 꽤 잘한 선택일 수 있다. 노력과 헌신도 사실 범주가 크지만 이 두 단어를 인지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다.


히피 같은 나도 사실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이야기를 할 텐데 결혼을 하니 뭔가 단짝 친구, 동지가 생긴 느낌이다. 기분이 더러울 때 함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고 기분이 좋을 때 함께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점은 감사할 일이다. 더 좋은 점은 내가 노력하고 있고, 남편도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사실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괜히 결혼했어!라는 생각이 들 땐.... 히피 같은 삶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인데... 이런 생각이 들면 바로 반성을 한다. 아, 내가 노력을 많이 안 하고 있구나.


누군가 결혼하면 좋은가요?라고 묻는다면. 좋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난 끊임없이 노력할 테니까. 내가 결혼은 미친 짓 같아..라는 판단이 든다면 그 판단을 한 날은, 이제 더 이상 우리 둘 모두의 노력과 헌신이 끝나는 날일 것이다. 그런 날이 온다면 무척 슬플 것 같다. 


만약 결혼하기 전의 신랑 신부라면 결혼하기 전 내가 정말 노력과 헌신의 자세가 되어 있는지부터 진지하게 자신에게 되물어보길 권한다. 어쩌면 그 질문이 행복한 결혼 생활로 가는 첫 번째 단추일 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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