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보고싶은 친구에게

천고마비,

하늘은 높아지고 계절의 변화는 명확하네

선선한 바람, 조금씩 물드는 단풍은 퍽퍽했던 감성을 일깨워주네

가을은 이렇게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기에도 좋은 계절이지

친구는 그곳에서 잘 있는가


평생 오래오래 함께 하면서

같이 글쓰고 영화만들자던 우리의 약속,

또한 세상에 대해, 인간에 대해, 예술에 대해

그리고 우리들의 희로애략에 대해 허물없이 많은 걸 나누던

친구이자 동료이자 파트너, 소울메이트였던 자네는 어딜 간 것인가.

그 허다한 열망, 열정은 다 어쩌고 그리 급히 떠나갔는가


며칠전 추석연휴, 처가인 대구를 가는데 기차환승을 위해 대전역에 내렸네

그래, 자네의 고향 대전,

자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황망함을 어쩌지 못하고 부랴부랴 내려가던 석달 전 기차, 대전역,

그 대전역에 내리니 아릿한 감정이 올라와 주체하기 어려웠다네.


수원, 서울에서 멀지 않아 익숙하기도 하고

또 한때는 근무지이기 했던 대전,

하지만 나에겐 무엇보다 자네가 태어나 자란 곳, 자네가 살고 있는 도시였다네

자네가 없는 대전은 이제 아무 온기도 없는, 텅빈 도시일 뿐이네

고향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얼굴로 대전 구석구석을 안내하고

환한 얼굴로 나를 맞이하고 배웅하던 자네의 환한 얼굴을 기억하네.

몇번인가 주섬주섬 성심당의 빵을 사서 내밀던 자네의 모습도.

다시는 그 모습을 볼수 없단게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


아무도 예상못한 급작스런 이별에

너무나 황망했고 모든게 아깝고 아쉽고 안타까웠네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 상황을 앞에 두고

남은 이들은 안타까움에 발을 구를수밖에 없었네

나를 붙들고 가슴을 치시던 자네의 어머니,

하루아침에 형과 동생을 잃고 망연자실해 하는 자네의 형제자매들을 보며

나는 내 슬픔을 드러낼수도 없었다네


20년전 나는 상하이에서 자네는 도쿄에서 책을 파며 젊음을 불살랐고

그렇게 친구가 되고 동료가 되어 울고 웃은 지 20년,

서울에서, 수원에서, 대전에서, 부산에서, 전주, 부천에서 많은 일들을 함께 했고

앞으로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에 가서 더 큰 일들을 하고자했는데.

자네는 분명 최선을 다해 앞으로 전진해나갔을텐데.


자네의 삶에 대한 치열하고 진지한 태도,

때로는 쓴웃음이 나는 썰렁한 농담,

누구에게나 있는 이런저런 사연들,

모든 것들이 이젠 그리움으로 남았네.

그래, 슬퍼하기보다는 그리워하도록 하겠네.


언젠가 꿈에

엉뚱하게도 쌍떼뻬데르부르크의 어느 숙소에서

자네를 기다리는 꿈을 꿨는데

오기로 한 자네를 기다리다가 잠에서 깼다네.

언젠가 함께 러시아를 여행가자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였을까.


우리가 함께 이루어가고자 했던 것,

그리고 자네의 그 큰 야망과 꿈,

내가 조금씩이라도 노력하고 가꾸어가보겠네

지켜봐주고 응원해주기 바라네


나이가 드니 쉬 눈이 침침하고

눈이 자꾸 흐려지니 오늘은 이쯤 하고 인사하겠네.

편히 잘 계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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