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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Jul 13. 2023

내 인생의 영화6 <아웃 오브 아프리카>

운명의 대서사시

 

  메릴 스트립을 좋아한다. 아주 빼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그녀만의 분위기와 매력이 돋보이고 고급진 느낌과 기품이 있다. 넓은 연기 스펙트럼, 출중한 연기력이야 누구나 아는 바와 같다. 이런 멋진 배우와 동시대를 산다는 것도 근사한 일 아닌가 싶다.      


  1985년작 <아웃 오브 아프리카>, 아프리카의 광활한 풍경과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대서사시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또 한편의 인생 영화로 꼽아본다. 요컨대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요즘 영화에서는 좀처럼 잘 느껴볼 수 없는 웅장한 감동을 전해주는 영화다. 지금도 여렴풋이 기억난다. 큰 극장 화면을 가득 채운 아프리카의 대자연이 살아 숨 쉬는 모습이. 두 주인공이 탄 경비행기에서 바라보는 아프리카의 초원의 풍경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진짜 그렇다. 시선을 압도하는 대자연, 인생의 험난하고 굴곡진 여정과 마주한 대서사시, 장엄함, 벅찬 감동으로 관객을 울리는 영화, 요즘 영화에서는 이런 영화를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 더욱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한국 개봉이 1986년인데 그 시절 학교 단체 관람으로 봤는지, 따로 봤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오락거리와 문화 활동이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던 80년대, 지금 생각해보면 단체 영화관람은 그래도 꽤 괜찮은 추억이자 친구들과 함께 할수 있는 즐거운 문화활동 이었던 것 같다. <미션>, <아마데우스>, <킬링필드>, <플래툰>, <베스트 키드> 등등을 단체관람으로 본 기억이 난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극 중 메릴 스트립과 교감을 하고 서로 사랑하게 되는 남자는 역시 할리우드의 명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맡았다. <내일을 향해 쏴라>, <스팅>에서 금발을 휘날리던 그 남자, 로버트. 지적이고 자유로우며 모험을 즐기는 멋진 남자 로버트 레드포드와 덴마크에서 온 우아하면서도 독립적이고 감성적인 메릴 스트립은 운명적으로 만날 상대였나 보다. 각자 살아온 길이 달랐던 만큼 그들의 가치관과 연애관은 달랐다. 하지만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서로를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이제 드디어 함께 하게 되는 것인가. 안타깝게도 그들의 사랑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다. 약속은 지켜지지 못하고 가슴 아픈 결말이 다가온다. 아프리카의 대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며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로버트 레드포드는 극중에서 이런 대사를 전한다.     


우린 소유하는게 아니네요

단지 스쳐갈 뿐이지...


  10대 소년 시절에 본 <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50이 되어 다시 보는 영화는 무척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10대의 나에겐 어땠을까, 분명 감동을 했을 텐데 한편으론 조금 지루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조금 졸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중년이 되어 다시 보니, 여전히 아름답고 감동적인 동시에 인생이란 과연 무얼까 하는 원초적인 질문과 함께 무척이나 쓸쓸하고 커다란 상실감이 느껴진다.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리는 듯한 허전함...    

  

  80년대 대작들이 대개 그렇듯 <아웃 오브 아프리카> 역시 음악이 큰 몫을 한다. 광활한 아프리카 대지 위에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모차르트의 음악은 영화를 더욱 빛내며 잊지 못한 장면으로 채워준다. 아름다운 음악과 압도적인 영상미, 두 명배우들의 울림 있는 연기, 감독 시드니 폴락의 유려한 연출력, 그렇게 명작은 우리 곁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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