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중년시대

-1화 시작하며

2019년이 시작되었다. 연말연시, 소감이 없을 수 없다. 마치 번갯불에 콩 구어 먹는다는 말처럼 어느 날 갑자기 마흔이 시작되더니 또 훌쩍 몇년이 지났다. 작년까지는 그래도 40대 중반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벌써 50이 가까운, 부정할 수 없는 중년이다. ㅎㅎ 사실 전혀 마음의 준비가 없었다. 이렇다하게 이룬 것도 없는데 벌써 중년이라니, 나도 모르게 생각들이 많아졌다. 지나온 날들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 그리움도 많아졌고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걱정과 불안도 적지 않았다. 현재의 내 위치를 자꾸 돌아보게 되었고 이런저런 반성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적어도 희망과 열정만큼은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계속 하게 되고, 더불어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제 앞으로의 날들은 정말 알차고 멋지게 채워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

청춘이 저 멀리 떠나버린 지금, 종종 그때의 기억들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알싸하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면서 또한 가슴이 뛰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추억이 갖는 힘일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8, 90년대를 회고하는 복고 분위기가 있다. 가령 <써니>, <건축학 개론> 같은 영화의 흥행, <응답하라 1988>나 <신사의 품격>같은 드라마의 인기가 그러한 분위기를 입증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군대 이야기를 담은 예능프로그램 등이 호응을 얻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9, 90년대에 10대와 20대 청춘을 보낸 나 역시 그런 분위기가 반갑기도 하고 또 공감도 되면서 자연스레 관심이 간다. 그 시절의 추억을 떠돌리며 잠시 현실을 잊는다. 추억은 확실히 사람을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 추억은 아련하지만 결코 꺼지지 않는다. 내 가슴 속에서 계속해서 뜨거운 불씨를 살려내는 소중한 재산들이다. 하지만,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 지금, 추억에만 의지할 수는 없는 법이다.

혹시 우리는 현재 삶이 힘들고 맘 같지 않기 때문에 추억을 찾고 복고로 가는 것인가. 그렇다면 쓸쓸하다. 그 쓸쓸함 속에는 예컨대 아직 제대로 이룬 것이 없는데 벌써 주변으로 밀려 나는 것인가 하는 불안함도 있는 것 같다. 확실히 마흔이 넘고 보니 시간의 느낌이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 어른들 말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점점 가속도가 붙는 것 같다. 1년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 일상에 치여 하루하루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도 어느 한순간, 이게 뭔가 하는 생각에 빠져버릴 때가 많다. 이어서 가슴 속으로 허무감이 밀물처럼 몰려든다. 추억이 애틋할수록 현재의 삶을 좀 더 자신 있고 당당하게, 그리고 즐겁게 살고 싶다는 열망에 빠진다.

자,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해야 좀 더 보람 있고 즐겁게 중년을 보낼 수 있을까. 물론 거기에 뾰족한 답이란 게 있을 수는 없다. 우선은 현재의 자신을 아끼고 긍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보다 깊어진 눈으로 주위를 차분히 둘러볼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 아직 많은 시간들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좋은 일들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앞으로의 날들을 위해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크게 다가온다. 그리하여 보다 건강하고 튼실한 중년을 보내기 위한 나름의 방법들을 모색해보게 된다. 동시에 수시로 우리를 무기력하게 하고 상실감에 빠뜨리는 것들에 대한 생각도 정리하게 된다.

지난 연말 오랫만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송년회 모임을 가졌다. 그래, 그 친구들 모습에서 또한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나를 포함한 내 친구, 동료들, 그리고 중년 세대들에게 힘내라고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 글을 시작하며 다른 욕심은 없다. 바쁘고 고단한 일상 속, 그저 잠시 앉아 쉬면서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로 봐준다면 그것으로 족하고, 그 속에서 잠시나마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고 작게나마 참고가 될 수 있다면 글쓴이로서 큰 기쁨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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