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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Jul 07. 2024

내 인생의 영화 29

이것이 홍콩 멜로다-<가을날의 동화>

1987년, 홍콩영화의 인기가 정점을 찍던 그 시절, 홍콩에서 빼어난 멜로영화 한편이 선을 보였으니, 

바로 주윤발, 종초홍 주연의 <가을날의 동화>다.

물론 주윤발, 종초홍 모두 전성기를 보내던 시절이다. 

영화는 그런 일급배우들의 열연이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고,

홍콩멜로의 저력을 입증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가 건네준 감동은 시간이 흘러도 빛을 발하지 않고 긴 여운을 준다.

뉴욕 올로케이션이 아깝지 않은,

두고두고 생각나는 홍콩멜로의 수작이다.

감독 장완정은 허안화와 함께 홍콩의 대표 여류감독으로 꼽히고

이 영화 외에도 <송가황조>, <유리의 성> 등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영화를

여러편 연출했으며, 섬세한 감성을 잘 녹여내는 멜로영화에 강한 감독이다.


주윤발, 그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영화를 생각해보면,

그는 늘 세상에 이러저리 치이는 루저의 모습으로 먼저 기억된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메는 모습들,

그런 인상 때문인지, 그가 아니면 표현해낼수 없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완전 장악하는 순간에도

왠지모를 쓸쓸함과 고독감이 그에게는 늘 어려있다.


착실히 모은 돈을 들고 뉴욕행 비행기에 오르는 종초홍,

표면적으로는 유학이지만, 사실은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녀는 미국에서 성공했다고 들은 먼 친척뻘 주윤발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그녀를 마중나온 주윤발은 꺼벙하고 부스스한 차림새에 차는 고물차,

이어서 안내된 주윤발의 집은 뉴욕의 뒷골목.

한순간에 환상은 깨지지만 어려운 유학생 신분, 그녀의 뉴욕생활은 그렇게 시작된다.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종초홍,

주윤발은 귀찮지만 종초홍을 데려다 준다.

그러나 그토록 그리던 남자친구에겐 다른 애인이 있고,

종초홍은 상처에 고통스러워 한다.

그런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주윤발.

이제 서서히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엔딩신이 무척 인상적이다.

다시 많은 시간이 흐르고 각자의 삶을 이어간 두 사람,

종초은 예전 주윤발과 거거닐던 바닷가를 찾아가고

자신이 말한대로 바닷가 레스토랑 사장이 된 주윤발이

활짝 웃으며 그런 종초홍을 맞이한다.



여성감독 장완정의 섬세한 연출과 주윤발의 빼어난 연기력,

그리고 많은 남자의 로망이 된 종초홍의 사랑스런 모습,

그들이 함께 한 뉴욕은

퍽이나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그 흔한 키스신이나,

사랑한다는 대사 한마디 없지만

영화는 수준높은 멜로영화로 완성되었다.


삶이 팍팍하다고 느껴지는 날,

이 영화를 다시 보시라

다시 가슴이 따뜻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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