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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Jul 17. 2024

나의 시네마2

첫 단편영화 <배회자>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딱 20년전,

나는 상하이에서 귀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논문답변은 6월에 다 끝났고

박스 20여개의 짐은 미리 배로 부쳤다. 

귀국 비행기는 아마 7월 말쯤이었을 것이다. 

집안의 가재도구도 다 나눠주고 거의 텅빈 방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귀국을 기다렸을 것이다. ㅎ


계획했던 시간안에 졸업을 했으니

시원할줄 알았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고

그렇다고 상하이에 더 남고 싶었냐하면 그도 아니었다. 

이 불같이 더운 상하이를 빨리 탈출하자는 생각이 컸다. ㅎㅎ

하지만,

뭔가 허탈했다. 겨우 이건가, 하는. 

내가 이거 하자고 3년간 상하이에서 헤맨건가 하는 허탈함과 공허함. 

빨리 한국들어가 강의하고 교수되고 이거저거 해야지 하는

계획, 의욕, 이런것도 별로 없었다. ㅎ

귀국해서 인천항에서 빨리 짐찾아가라는 독촉 전화를 받고도 한동안 미적거렸다. 


자, 그런데

상하이에서 귀국을 며칠 앞둔 시점 

난 이런 생각을  좀 했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필름 스쿨에서

한 1년 실기과정을 해볼까 하는. ㅎ


자, 각설하고

시간은 흘러흘러 그로부터 10년쯤 뒤인 2014년,

나는 소니 캠코더 한대를 장만했다. 

동영상, UCC를 좀 만들거볼 요량으로

그리고 두 세번 무슨 공모전에서 입상도 했다. ㅎ

그때쯤 나는

중국영화에 대한 책을 4-5권쯤 출판했고

써놓은 시나리오가 3-4편쯤 있었다. 


2016년 초,

여러가지를 공유하고 의논하며

자주 만나던 친구와 의기투합하여

내 첫 단편영화를 찍었다. 

그것이 <배회자(roamer)>다. 

카메라는 지역 미디어센터에서 대여했고

친구가 직접 카메라를 잡고 편집을 맡아주었고

내가 직접 주연을 맡고 연출, 제작을 했다. ㅎ

실용음악을 전공한 친구의 조카가 음악을 작곡해주었다. 

18분 분량, 

우리는 영어 자막을 입혀 해외의 여러 영화제에 출품했다. 

뜻밖에 독일의 한 영화제 초청을 받기도 했다. 


<배회자>는

첫 작품이라는데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의욕이 충만했고

서로 믿고 의지했던 시간이었다. 

단편은 분명 단편대로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장편 위주로 작업을 하겠지만

간간이 단편 작업도 병행할 것이고

조만간 기회를 잡아

여러 대중들에게도 소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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