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시 한수]

유종원 <강설>

강설(江雪) 유종원(柳宗元)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온 산에는 새도 날지 않고

萬徑人蹤滅(만경인종멸): 모든 길에는 사람 발자취 끊겼네.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외로운 배엔 도롱이에 갓 쓴 늙은이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눈 내리는 추운 강에 홀로 낚싯대 드리웠다


당송팔대가 중 한명인 유종원, 그의 시 <강설>은 우리 교과서에도 실릴만큼 유명한 시다. 시를 읽으면 마치 멋진 동양화를 한폭 감상하는 기분도 들고, 소위 선계에 든 것 같은 높은 경지를 느끼게도 한다. 어떤 화려한 수식도 없고 장황함도 없지만 그 자체로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고 할까.

유종원은 당의 수도 장안에서 태어나 활동했지만, 정적들의 공격을 받아 영주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이 시도 그 시절에 지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배경을 알고 보면, 이 시가 단순히 자연 속의 낭만과 고독을 추구했다고만 보긴 어렵다. 그보다는 오히려 시인의 쓰린 내면을 투영시켰는지 모르겠다.


지난 5월 처가가 있는 대구에 갔다가, 상하이에서 함께 유학했던 선배를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푼 적이 있다. 그 선배의 박사 학위 주제가 유종원의 시였다. 그래서 유학 시절 종종 함께 유종원의 시들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유종원의 시를 대하면 친한 그 선배가 생각나고, 벌써 20년이 지난 상하이 유학시절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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