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시 한수]

왕유 <죽리관>

竹裏館(죽리관) 王維(왕유)


獨坐幽篁裏

독좌유황리

彈琴復長嘯

탄금복장소

深林人不知

심림인부지

明月來相照

명월래상조


홀로 대숲 속에 앉아

거문고를 타다가 휘파람도 불어본다

깊은 숲에 찾아오는 사람 없고

밝은 달만 서로 비추네.


왕유는 오늘날로 치면 다재다능한 종합 예술인이다. 시는 물론 그림과 음악에도 일가를 이룬, 아티스트였다. 게다가 불교에 깊이 심취하여 시불이라는 호칭을 들을만큼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이처럼 다방면에 걸친 재능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뭐니뭐니 해도 맹호연과 더불어 당대 산수시에서 한 경지를 구축했다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이 시 <죽리관>도 속세를 떠나 자연에 은거하며, 소위 별리천지 비인간, 혹은 물아일체의 높은 경지를 느끼게 해준다. 깊은 산속 대나무 숲속에서 거문고를 뜯고 휘파람을 불 때, 밝은 달이 그를 비춘다니, 이 얼마나 그림같고 영화같은 풍경인가. 그의 시를 두고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는 평은 괜한 말이 아니다.

왕유 관련 재미있는 에피소드, 왕유가 수도 장안의 과거 시험에서 약관의 나이로 급제했을 때, 그의 빼어난 음악 실력이 급제에 단단히 한몫했다는 점이 퍽이나 낭만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렇다, 남들과 차별되는 비장의 무기가 하나 더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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