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염무 <정위>
精衛(정위) 顧炎武(고염무)
萬事有不平 (만사유불평)
爾何空自苦 (이하공자고)
長將一寸身 (장장일촌신)
銜木到終古 (함목도종고)
我願平東海 (아원평동해)
身沈心不改 (신침심불개)
大海無平期 (대해무평기)
我心無絶時 (아심무절시)
嗚呼 君不見 (오호 군불견)
西山銜木衆鳥多 (서산함목중조다)
鵲來燕去自成窠 (작래연거자성과)
만사에는 공평치 못한 것이 있다
너는 어이하여 헛되이 스스로 고생하는가
길이 한 치 정도의 몸을 가지고
나무 물어 나르는 일 끊임없이 하는구나
내 소원은 동해를 메우는 것
몸이 바다에 빠진다 해도 마음은 바뀌지 않으리
큰 바다가 메워지는 날 오지 않는다면
내 뜻도 다할 때 없으리라
아아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서산의 나무 물어 나르는 여러 새들 많지만
까치 제비 오고가면서 모두 자기 둥지만 짓는구나
중국 시 하면 먼저 당시를 말하는 이들이 많고 시기적으로 그 뒤를 잇는 송대의 시를 주로 거론한다. 상대적으로 명대나 청대의 시인을 말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청대의 시와 시인들도 좋아한다. 앞서 원매의 시도 다루었는데, 그 외에도 좋아하는 문인이 몇몇 더 있다. 그중에서 고염무를 빠뜨릴 수 없다. 고염무는 사실 시인보다는 사상가, 유학자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시대적으로도 명말 청초를 산 인물이다. 그의 주요 저작인 <일지록>에 대한 인상이 참으로 깊다. 개인적으로 중국 유학 시절에 <일지록>을 책상 위에 올려 두고 수시로 읽어보곤 했다. 흐트러지거나 나태해지는 내 자신을 좀 채찍질하는 의미로 그랬다. 돌아보면 도움도 됐고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글을 읽어보면, 산문은 물론 시에서도 치열함과 준엄함, 비장함, 애국적인 격정이 진하게 느껴진다. 그가 살았던 명말 청초의 어지러운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고염무는 죽을 때까지 청에 저항하는 투쟁을 계속했다. 고염무의 시에는 그런 암울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치열하게 애쓰는 한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정위는 <산해경>에 나오는 새로, 염제의 달 여와가 동해에 놀러갔다가 빠져 죽어 새로 태어났다는, 전설 속의 새다. 자신을 죽게 한 동해를 미워하여 서산의 돌과 나무를 물어다가 동해를 메운다는 이야기다. 고염무는 이 시에서 나라가 망했는데도 오직 자신들 일신상의 안위만을 노리는 수많은 지식인, 기회주의자들을 준엄하게 꾸짖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