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원 <천정사-추사>
天浄沙 - 秋思 (천정사 – 추사) 마치원(馬致遠)
枯 藤 老 树 昏 鸦 (고등노수혼아)
小 桥 流 水 人 家 (소교유수인가)
古 道 西 风 瘦 马 (고도서풍수마)
夕 阳 西 下 (석양서하)
断 肠 人 在 天 涯 (단장인재천애)
마른 덩쿨, 늙은 나무, 해질 녘 까마귀
작은 다리, 흐르는 물, 사람 사는 집
옛길, 서풍, 야윈 말
석양은 서쪽으로 지고
애달픈 나그네는 하늘 끝에 있네.
올해도 역대급 폭염이었다. 아직 더위가 가신 건 아니지만, 확실히 한풀 꺾인 것 같고 바야흐로 오늘이 입추다. 호, 가을로 들어선다니, 기분이 새롭다. 자, 앞서 봄을 노래한 시들을 몇편 소개했는데 오늘은 가을을 말해보고자 한다. 가을을 묘사한 숱한 시들이 있을텐데, 개인적으로 오늘 나는 이 시가 문득 떠올랐다. 실제로 높은 평가와 함께 많은 찬사를 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몽고족이 세운 원나라 때는 서민의 문학이라 할 잡극과 산곡이 대유행했던 시기다. 마치원 역시 희곡과 산곡으로 이름을 날렸고, 원곡 4대가에 들어간다. 젊은 시절 그도 벼슬길에 나가서 입신양명 하기를 꿈꾸었지만 여러 상황으로 인해 뜻대로 되지 않았고, 이후 평생을 떠돌며 유랑하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 <천정사-추사>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데, 세간에 중국 가을시의 최고봉이라는 평을 듣는다. 녹녹치 않은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 유랑의 길에서 마주하는 가을의 쓸쓸함, 나그네의 고독,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같은 여러 감정들을 짧지만 유려하고, 쓸쓸하지만 임팩트있게 형상화하고 있다. 가을을 노래하고 있지만, 정작 가을이라는 단어는 전혀 쓰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