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갑자기, 중경
며칠 전 밤,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러더니 앞뒤 없이 묻는다.
-충칭(중경) 어때?
-중경? 갑자기 중경은 왜? 중경은 덥지. 무진장 더운 데야 거기.
얘기인 즉슨, H사에 다니는 매형이 그날 위로부터 중국 중경에 나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나가면 기본 4년, 갑작스런 제안에 매형도 누나도 당황하여 어리둥절하고 생각이 복잡해진 것이었다. 매형이나 누나나 중국어는 전혀 모르고 잠깐의 출장 아니면 짧은 여행이나 다녀 온 중국인데, 중국에 4년을 나간다면 과연 어떨까 감이 안온다는 것이다. 게다가 조카는 고3, 초6, 중요한 시기이니 더욱 고민이 클 터이다.
-허, 좋은 기회네. 일단 가!
-야, 그게 말처럼 쉽냐. 이것저것 걸리는 거 투성인데.
야, 좋은 기회가 왔다, 라는 생각과 동시에 누나의 걱정도 이해가 된다. 젊은 나이라면 별 고민 없이 좋아라하고 나갈 수 있겠지만, 변화가 조금씩 두려워지는 50대 중년의 나이이고, 애들 진로 문제도 그렇고, 이래저래 고민과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번 제안은 누나네 가족이 한번 크게 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변환점이기도 해서 놓치면 또 많이 아쉬울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매형은 나이와 경력 상 언제 회사를 나가야 할지 모르는 위치에 있으니, 좋은 조건에 기본 4년이 보장되는 이번 제안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올 것이다. 소식을 들은 나도 덩달아 복잡한 생각에 빠졌다.
자, 중화권 곳곳에 친구와 지인이 있는 나, 마침 대학원을 함께 다닌 친한 친구가 중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누나의 전화를 끊고 바로 위챗에 들어가 친구에게 중경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친구도 보고 싶고, 옛 생각도 나면서 훌쩍 중경으로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중경은 대륙의 내지(內地) 한복판, 장강이 도시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도시이고, 이른바 서부 대개발의 중점도시로 인구가 무려 3천만이 넘는, 단일 도시로는 세계 최대의 도시다. 중국의 3대 화로로 악명이 높고, 습하고 안개가 많고 흐린 날이 많은 곳이다. 자, 중국 최대의 강인 장강은 중경을 관통해 동쪽으로 흘러 흘러 상하이로 연결되어 동해로 빠져나간다. 2001년 늦가을, 그러니까 내가 상하이에서 유학생활을 막 시작한 첫 학기에 상하이에서 출발, 중경까지 가는 장강 크루즈를 탄 적이 있다. 거의 일주일간의 여정으로 기억되는데, 장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펼쳐지는 그 그림같은 풍광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장강을 끼고 이어지는 협곡은 장대하고 기이했다. 계림의 이강 유람이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라면, 장강 유람은 선이 굵고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풍광은 그림 같았지만 유람선의 시설은 아직 좀 후져서 불편했던 기억도 좀 있는데, 지금은 초호화 유람선이 장강을 오르내리는 것으로 안다. 그때 잠깐 스치듯 지나쳤던 중경, 기억 속에 중경은 너무나 평평한 동부의 상하이와 다르게 도시 전체에 언덕과 산이 많았던 게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사천에도 여러 번 갔음에도 따로 중경에 들른 적이 없어서 중경에 대한 기억은 그게 전부다. 아무튼, 누나의 전화로 갑자기 중경이 다시 의식 안으로 들어왔고, 친구와 얘기하며 친구가 보고 싶어졌고, 급기야 중경에 가고 싶어진 것이다. 하하
누나네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겠다. 기왕이면 과감하게 중경행을 결정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뭔가 변화의 기회를 잡아보면 좋지 않을까. 하지만 뭐든 이루어지려면 인연이 닿아야하는 법이니 두고 볼 일이다. 자, 그와 별개로 나는 친구를 볼 겸 조만간 중경에 한번 가봐야겠다. 가서 변화된 중경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친구와 함께 장강 유람선에 다시 한번 올라봐야겠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