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길이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이 말을 언제 처음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었을 때가 아닐까 싶다. 당시에는 공부를 독려하는 어른들의 뻔한 문구 정도로 치부하고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조금 나이가 들어 생각해보니, 평범하지만 틀리지 않은 말 같다는 생각이 든다. ㅎㅎ
이제 노안이 와서 눈이 침침하고 책을 오래 보면 쉽게 피로해지는 것 같아 좀 씁쓸하다. 예전 상하이에서 박사 유학할 때, 상하이에 들른 한 선생님이 우스개 소리를 겸해 노안 오기 전에 부지런히들 책을 보라고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그때 그 선생님 나이가 얼추 지금의 내 나이였던 것 같다. 직업 상 책을 계속 읽고 또 더러는 책을 쓰기도 하는 지라 나에게 책은 가장 가깝고 또 가장 많이 보유한 사물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삶의 길목 길목에서 많은 난제들을 만났고,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화가 났고 이런저런 태클에 걸려 절뚝거리기도 했다. 돌아보면 그때마다 그것을 돌파하려 위해 책을 뒤졌고 그 속에서 답을 찾으려 애썼다. 대개는 어느 정도 답을 얻는 경우가 많았고, 다행히 그 힘으로 터덜터덜 터널을 헤쳐나온 것 같다. ㅎㅎ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여러 고민, 문제들은 모두 예전의 누군가도 겪었고 똑같이 고민했던 것들이었고, 그리하여 참고할 만한 수 많은 데이터와 대답들이 책 안에 고스란히 있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 는 말도 그래서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책은 언제나 나를 위로하는 연인이며 친구요, 가르침을 주는 스승인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 클릭 몇 번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는 편리한 시대다. 눈부신 기술과 과학의 발전이고, 많은 혜택을 손쉽게 누리는 좋은 시대다. 그러나 보다 깊고 정확한 사유는 역시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어떤 것들은 사회에서, 길에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부딪히며 얻어지는 것들도 있고, 그렇게 생생하게 몸소 체득되는 것이 정답인 것도 있을 것이다.
다시, 새삼 책의 기능과 존재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책 속에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