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슬퍼하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어찌 이리 아픈 것인가.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6, 7년 전 일이다. 내 강의를 수강하던 한 남학생이 수업이 끝난 후 실연의 괴로움을 호소하며 상담과 조언을 청했던 적이 있다. 20대 후반의 건장한 학생이었는데 사연을 들어보니 제대로 생활을 하지 못할 만큼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안타까움과 연민이 느껴졌다. 젊은 날의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나는 일단 섣부른 조언보다는 학생의 사연과 아픔을 최대한 들어주고 공감해주기로 했다. 머뭇거리며 이야기를 이어가던 학생은 어느 대목에선가는 잠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아,청춘의 눈물, 실연의 아픔, 듣는 나도 마음이 아팠다. 시간이 흘러 학기가 끝난 후 한번 더 그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는 많이 안정을 찾은 상태였고, 지난 시간을 조금은 더 객관화시켜 말할 수 있는 여유도 찾은 것 같아 마음이 좀 놓였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삼십대 중반을 훌쩍 넘었을 나이인데 분명 좋은 인연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길 바란다.
교실에서 가끔 이런저런 개인적인 경험담을 들려줄 때가 있다. 그 중 과거의 연애 경험담은 학생들의 주의를 끌기 좋기에 학생들이 지루해하는 시간에 가끔 들려주곤 한다. 학생들은 귀를 쫑긋 세워 재밌어 하고 박장대소를 하기도 하고, 말하는 나는 약간의 미화, 또 약간의 각색을 덧붙이기도 한다. 자, 뭐 그것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거기엔 함정이 있다. 무슨 말인가, 그 이야기엔 당시의 고통과 방황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사랑, 너는 대체 누구더냐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들 그 빛을 잃어가네
누구나 인정하듯 사랑은 우리 인류의 영원한 테마다.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자 영원히 가 닿고자 하는 어떤 대상이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손에 잡히지 않는 무지개, 신기루 같아서 알면 알수록 아리송하고 새롭다. 그러니 사랑은 수많은 예술작품에서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아마도 예술의 제 1테마는 압도적으로 사랑일 것이다. 저 수없는 시, 소설, 노래, 연극, 영화들을 보라.
자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사랑의 기쁨과 환희를 노래하는 작품들도 물론 많지만, 슬픔과 고통을 노래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자,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경우 아쉽게도 사랑이 끝난 뒤에야, 관계가 깨진 뒤에야 비로소 뒤늦게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좋았는지를 깨닫는다. 이어지는 건 뒤늦은 후회고, 그 다음엔 각자 다양한 형태의 방황이 따를 것이다.
그리고 묻고 싶고 따지고 싶을 것이다. 사랑, 넌 대체 누구냐,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