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몇 가지 고찰2

-사랑에 슬퍼하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취생몽사를 마실 수 있다면


홍콩이 낳은 세계적 스타일리스트 왕가위의 영화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것도 무척이나 쓸쓸한 사랑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아비정전>, <타락천사>, <중경삼림>, <동사서독>, <화양연화>, <2046>, <일대종사>까지 주인공들은 실타래처럼 읽힌 감정의 굴레 속에서 힘들어 한다. 자, 무협영화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지독한 사랑에 대해 말하는 영화 <동사서독>에서 다음과 같은 명대사가 나온다.


“인간의 가장 큰 문제는 기억력이 너무 좋다는 거야. 지난 일을 잊을 수 있다면 매일 매일이 새로운 시작이 아닌가”


실연의 고통을 느껴본 이라면, 이 대사의 의미를 피부적으로 이해하고 백 프로 공감할 것이다. 자, 사랑이 끝났다는 것도 알고 잊어야 하는 것도 알지만 그게 어디 마음처럼 되는 일인가. 살아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고 무의미할만큼 힘든 시간이라고 느껴지기도 하고, 그러니 마시면 지난 일을 잊을 수 있다는 묘약이 있다면 주저없이 그것을 마시고 싶을 만큼 아프고 괴로운 것이다. 홍콩의 빅스타 유덕화의 노래 중에 <망정수>란 노래가 있다.


내 눈에 고인 눈물이

누구 때문인지 묻지 마세요

그저 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세요

아, 나에게 망정수를 한잔 주세요


역시 이별의 고통, 사랑의 슬픔을 절절하게 노래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 현실에서 망정수, 즉 지난 사랑을 잊게 해주는 물이라면 술이 아닐까. 하여 사랑을 잃고 가슴아파하는 이들은 술에 기대 잠시만이라도 현실을 잊고 싶어 하는 것일 터이다. 사실 살다보면 슬픔과 아픔은 부지기수고 사랑의 형태 또한 여러 가지일수 있으니, 사랑을 꼭 이성간의 사랑, 그로 인한 아픔과 슬픔만을 이야기할 건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여기선 이성애에 먼저 포커스를 맞추어 말해보고자 한다.


실연이 달콤하다고?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


세상 모든 실연자들은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 물론 개별의 차이는 있겠지만, 때로는 극한의 고통일진데, 이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일까. 실연의 달콤함이라니. 누구 약 올리는 것인가. 힘들어 죽겠는데 지금 장난하나? 그런데 조금 나이가 들어 생각해보니 가사의 의미를 좀 알겠다. 비록 지금 당장은 공감되지 않더라도 조금 더 인생을 살아 보고, 나이가 더 들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즉 청춘의 뜨거움과 그 순수함, 혹은 무모함에서 조금 떨어져 그 시절, 그 상황을 다시 되돌아보면 그 말에 자연스레 수긍이 갈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시절을 떠나온 어느 누군가에겐 젊은 날의 실연과 상처, 아픔과 괴로움도 모두 다 아련한 그리움일수 있다. 그러니 너무 아파하지 말고, 너무 자책하지도 말고, 너무 미워하거나 괴로워하지 않기를.


사랑이 떠나가도

가슴에 멍이 들어도

한 순간 뿐이더라

밥만 잘 먹더라

죽는 것도 아니더라


또한 이런 노래가사도 있다. 실연의 상황을 조금쯤 코믹하면서도 긍정적인 각도에서 묘사하고, 힘내라 응원하는 노래 <밥만 잘 먹더라>는 노래를 들으면 슬며시 웃음이 난다. 당장 실연으로 힘들어하는 당사자들에겐 장난치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 거리를 두고 생각해보면 그래 그렇지, 인생이란 그런거지, 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가사이기도 하다. 청춘은 사랑에 모든 걸 걸 수도 있다. 그래서 그것이 실패로 끝났을 때 그만큼 아픔과 좌절도 클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고통과 상처만 주는 건 아닐 것이다. 당장은 힘들지만 결국은 이겨내고 버텨낼 것이며, 나를 더 성장시킬 것이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더 아끼고 잘 챙겼으면 좋겠다. 밥도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씩씩하게 일상을 영위해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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