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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Mar 19. 2021

중국기행 20

서호, 백거이, 소동파

  항주 서호를 이야기하면서 소동파와 백거이를 빠뜨릴 수 없다. 서호를 노래한 수많은 시인 묵객 중에서도 그들의 서호 사랑이 특히나 각별하기 때문인데, 둘 모두 항주에서 벼슬살이를 한 이력이 있다. 당나라 백거이가 항주에 임명되어 왔을 때 서호의 제방이 무너져 농사를 망치는 것을 보고 다시 둑을 쌓았으니, 그의 성을 따 백제라 부른다. 그로부터 200년 뒤 송나라 소동파가 항주에 왔을 때 농민들이 가뭄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다. 호수 바닥에 침전된 진흙을 파내어 다시 제방을 쌓았으니 그의 이름을 따 소제라 부르게 되었다. 관리로서의 애민정신이 엿보이는 대목이면서 이로써 그들은 서호에 영원히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당송팔대가로서, 중국 최고의 문인으로서 그들은 서호의 아름다움과 그 낭만을 멋지게 노래했다. 먼저 백거이의 <억강남-강남을 추억하며>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좋구나 강남이여, 그 절경 일찍이 잘 알지

해뜰 때면 아침노을에 강변의 꽃들 붉게 타오르고

봄이면 쪽빛 초록빛 푸르른 강물

어찌 강남을 그리워하지 않으리     


강남의 추억이여, 항주가 제일 그립구나

산사의 달빛아래 월계꽃을 찾고, 정자에 올라 누워

전당강의 물결을 바라 보네

언제나 또 가서 노닐 수 있을까     


강남의 추억이여, 그 다음은 오나라 궁전이리

오나라 술 한잔에 여린 대나무 잎새 띄우고

오나라 여인들의 쌍쌍 춤을 보며 그 연꽃 같은 미모에 취하네

언젠가 다시 만나리         

  


  소동파 역시 5년간 살았던 항주와 서호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졌고 많은 시를 남겼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호수 위에서 술을 마시노라니 맑다가 비가오네> 라는 시다.    

  

날이 맑을 때는 물빛이 반짝반짝 아름답더니

비 내릴 때 역시 산 빛이 어둑어둑 멋지기 그지없구나

서호는 미인 서시를 닮았도다

옅은 화장이나 짙은 분, 모두 잘 어울리는구나


  소동파는 이 시에서 서호의 아름다움을 춘추전국의 전설적 미녀 서시에 비기고 있다. 서시의 고향이 바로 이 항주였고, 예로부터 소주, 항주에 미인이 많이 나기로 유명했다. 짧은 내용이지만 빼어나서 역대 서호 관련 시들 중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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