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현재 어떤 조직에 속해 있던 이 제목을 본다면 회사에서의 일화가 한두 개쯤은 떠오를 것이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면, 요즘 스타트업 회사들의 효율적이고 트렌디한 업무방식을 우리도 한번 적용해 보자며 이상하고 쓸데없는 또 하나의 "일"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다면, 아침마다 대표의 이런 잔소리를 들어봤을 것이다.
"정주영 회장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길... "
그리고 아마 직원들 마음속에는 전부 같은 말풍선을 띄우고 있을 것이다.
'저기요... 여기는 현대가 아니잖아요?'
내가 모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급격히 늘어나는 자율복장 회사들을 보며, 우리도 한 달에 일주일은 캐주얼을 입자는 안건이 나왔다고 한다.
뭐 좋다.
그런데, 문제는 "캐주얼"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도대체 "캐주얼" 이 뭐냐는 질문에 인재문화부서에서 돌아온 답변은 "깔끔한 복장"이었다.
깔끔한 복장이 뭔지 아시는 분?
결국 고민고민하다가 세미정장 캐주얼로 출근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였다.
사내에 회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각 부서에서 회의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할 건지 의견을 내야 했다. 결국 우린 회의를 없애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대기업에 있다 보면 누군가 던진 작은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다 보면 “제발 3창”이 나오게 된다.
제발, 요즘 트렌드고 나발이고 일 만들지 말고 가만히 있기를
제발, 건의사항이라며 이상한 의견 내지 말고 모두들 everything OK 하기를
제발, 오늘은 좀 다른 일이 아닌 내 일을 하다가 퇴근할 수 있기를
모 스타트업에 다닐 때 메신저로 슬랙을 썼다.
밤이고 주말이고 울려대는 슬랙에 가뜩이나 피로도가 높았는데, 임원들이 쓰는 얘기는 주로 대기업 레퍼런스였다. 대기업 소속 누군가가 올리는 브런치 글을 긁어오거나, 그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방식을 우리와 비교하는 식이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 글을 소위 쌩까거나 '적어도 난 보긴 했다'는 체크로 따봉 스티커를 붙였다.
열정적인 직원 몇만이 "좋은 인사이트를 받았습니다" 라며 아부성 멘트를 달았다.
어차피 이 회사의 사이즈로는 시도할 수 없는 프로젝트 거나, 실행 불가능한 일들에 대해 우길 때면 도저히 뭐라고 대응해야 할지 모를 만큼 황당할 때가 많았다.
예를 들어, 어떤 신규사업을 진행할 때 최소한의 자본금 기준을 충족해야만 신청이 가능하다거나, 개인정보보호법상 기준이 되는 정보보안기준 등이 충족하지 못하는데도 그냥 우기는 식이다.
"일단 밀어 넣어, 그냥 해달라고 해"
관공서 공무원에게 무식하지만 억지로 문의라도 하는 시늉을 해야 할 때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적용가능한 부분을 회사의 분위기에 맞게 잘 커스터마이징 하지 않으면 우스꽝스러워지는 것이다.
애초에 왜 그렇게 다른 회사의 뭔가를 따라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요즘 우리 회사에서 이런 것도 해~"라는 것을 자랑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단지 내 일을 근무시간 안에 만족할만한 결과물로 완료하고 싶을 뿐이다.
엉뚱한데 에너지 쏟으며 또다시 이직을 고민하고 싶지 않다.
무엇을 흉내내기 전에 내것부터 잘하는 게 먼저다.
회사든 사람이든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