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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쟤쟤 May 04. 2023

셀하에서 놀고 먹고 쉬기

셀하 - 음식과 술이 무제한인 올인클루시브 워터파크

올인클루시브 워터파크 셀하(Xelha)



멕시코에 혼자 한 달 넘게 여행하는 만큼, 필요한 곳에서는 동행을 구해서 다녔다. 한국에서 동행을 구하고 왔기 때문에 이번 여행은 주로 한국인과 여행을 다녔고, 나도 사람에 지친 와중 멕시코로 여행 온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 친구와 대화할 에너지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로 멕시코에서 교환학생하는 친구가 자신의 프랑스 친구 2명과 동행하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고, 물놀이는 사람이 많을수록 재미있다는 생각에 흔쾌히 승낙했다.



D+23


바깔라르에서 ADO버스를 타고 3시간을 가면 툴룸(Tulum)이라는 도시가 나온다. 보통 사람들은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머물며 여러 액티비티와 투어를 진행하지만, 우리는 유카탄 반도에 나름 오래 있기도 하고 툴룸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툴룸에서 2박을 묵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툴룸에 도착한 후 동행친구가 아프다고 해서 혼자 세노떼 투어를 하고 돌아와 친구와 함께 숙소에서 저녁을 먹던 와중, 내일 같이 놀기로 한 프랑스 친구들이 툴룸에 도착했다고 말해줬다. '오 프랑스 애들이랑 말해보는 건 오랜만인데(참고로 대학생 때 프랑스친구들이 있었다.)'라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 친구가 엄청 당황해하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언니 근데 얘네 우리랑 같이 숙소 쓴다고 생각하나 봐."

"? 우리 침대는 2개인데 무슨 소리야..!"


뭔가 혼선이 있던 모양이었다. 결국 친구가 당황했을 프랑스 친구들을 위해 현재 예약 가능한 숙소 링크를 인스타 DM으로 보내주며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 서양애들이라 그런가, 생각보다 대책 없이(?) 여행 온다고 생각하며, 약간 불안했으나 서서히 잠에 들었다.



D+24


이 날은 프랑스 친구들과 함께 툴룸 근처에 있는 워터파크 셀하(Xel-ha)에 가기로 한 날이다. 셀하는 입장료가 13만원으로 미국급 물가를 자랑하지만, 올인클루시브 워터파크이기 때문에 스노클링 장비부터 식사와 술까지 모두 무료인 워터파크이다. 우리 여행의 메인 코스 중 하나였기에, 우리는 오전부터 부산하게 준비했다. 


아니나 다를까, 프랑스 친구들은 어제 늦게 도착했기에 우리의 원래 출발시간보다 조금 늦게 만나자고 했다. 이미 멕시코 타임에 적응한 나는 별로 화도 안 난 채 툴룸의 아이스크림 맛집 

Panna e Cioccolato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있었다. 


아이스크림 맛집 pinna e cioccolato. 단돈 70페소에 양질의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


툴룸에서 셀하를 가는 방법은 택시를 타거나, 승합차량 콜렉티보를 이용하는 2가지 방법이 있다. 택시비가 450페소나 하는 데 비해 콜렉티보는 단돈 30페소이기 때문에 콜렉티보를 추천한다. 그렇게 약 20분간 콜렉티보를 타서 도착했다. (그때까지 프랑스 친구들은 셀하가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른 채 우리를 따라왔다.)


셀하에는 무료와 유료 액티비티가 있는데, 무료 액티비티는 생각보다 별로 없고 대부분 스노클링 코스가 많다. 할 수 있는 무료 물놀이는 대략 다음과 같이 있다.

(1) Fero Mirador: 전망대 + 미끄럼틀. 쫄보라 하지 않음.

(2) Inicio del Rio: 유수풀, 강 상류에서 하류로 튜브 타거나 스노클링 타면서 내려오기

(3) Cueva Maya: 세노떼(동굴 자연수영장). 세노떼 투어는 따로 갈거라 하지는 않음

(4) Manati: 듀공을 닮은 마나티 구경하기

(5) Diving & Zip line: 유수풀 중간중간 다이빙 스폿과 짚라인 장소가 있음


셀하 입구. 생각보다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으나 몇몇 액티비티는 유료로 비싸다.


그렇게 셀하로 들어와 아침을 먹고 Inicio del Rio에 가서 유수풀을 타기 위해 움직였다. 셀하는 말만 워터파크지 실제로는 거대한 자연에 온듯한 느낌이었는데, 중간중간 앵무새와 이구아나를 만날 수 있었다.


셀하 풍경과 종종 보이는 이구아나&앵무새


그렇게 도착하면, 스노클링 코스와 튜브 타는 코스가 나뉜다. 우리 4명 중 2명은 수영을 별로 안 좋아했기 때문에 우리는 튜브를 빌려 출발했는데, 너무 천천히 움직여서 수영을 할 줄 아는 나는 복장 터졌다. 맹그로브(Mangrove) 나무가 신기했지만, 계속 보다 보니 앞으로 더 빨리 가고 싶어서 튜브에 내려와 직접 헤엄을 쳤다.


유수풀 초반 시작구간. 맹그로브(mangrove)가 길을 만들어주었고, 나는 맹그로브 가지를 밀며 앞으로 나갔다.


그렇게 초입 부분을 지나면 푸른 하늘과 넓어진 강이 보인다. 경치를 구경하며 둥둥 떠가고 있는 와중, 옆에 누군가가 내 튜브를 잡고 있었다. 알고 보니 수영을 못하는 프랑스 친구가 무섭다고 내 튜브를 잡은 모양. 나하고 적어도 5살 이상은 차이나는 애기라 그런지 귀여워서 그 친구의 튜브를 밀어줬다. 


강의 중간 부분. 중간중간 다이빙 코스도 있고 짚라인 코스도 있다. 마지막 사진은 프랑스친구가 내 튜브를 꽉 잡은 모습.


그렇게 풍경 구경을 하다가 짚라인을 하러 향했다. 울이 일행 중 절반은 물을 무서워해서 나하고 다른 프랑스 친구만 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가끔 블로그 후기를 보면 짚라인은 물에 다 젖으니 비추한다고 하는데, 워터파크는 물에 젖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바로 짚라인을 탔고, 예상과 같이 물에 흠뻑 젖었다.


셀하의 짚라인 코스. 생각보다 짧은데 중간에 물에 빠져서 재미있다.


그렇게 우리는 짚라인 후 천천히 처음 도착했던 강 하류로 돌아왔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총 6개가 있는데, 그중 우리는 고기 전문 뷔페로 갔고 그곳에서 먹었던 소고기는 꿀맛이었다. 멕시코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비쌀정도로 소고기가 저렴하고 매우 맛있기 때문에 멕시코에 간다면 Beef는 많이 먹는 걸 추천한다.


그렇게 처음 만난 친구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나이를 듣고 놀라던 와중(다들 21~22살이었다), 술이 무제한이라는 게 생각나 마가리따와 피냐콜라다를 시켰다. 셀하에서 먹었던 망고 마가리따는 살얼음이 껴있는 게, 내 인생 마가리따였다. 그렇게 식당에서도 술을 마시고, 식사한 후 해먹과 썬베드에서도 또 한 잔 하니 어느새 낮잠에 들었다.


인생 망고 마가리따(1)와 고기식당의 음식(2), 야자수 사이의 썬베드(3)


그렇게 썬베드에서 쉬던 와중, 아까 수영을 못해 내 튜브를 꽉 잡고 있던 친구가 같이 스노클링을 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생각이 없다고 하니, 자기가 물이 무서우니 한 번만 같이 가달라고 부탁하더라. 나도 마지막으로 물놀이를 하고 싶었기에 내가 먼저 장비를 차고 들어갔더니, 갑자기 친구가 안 들어온다. 알고 보니 물이 너무 차가워서 못 들어오겠다고. 조금 황당했지만 그와 더불어 귀엽다는 생각도 들고, 어차피 수영하려 했으니 뭐 어때라는 생각으로 엄청 큰 물고기를 보며 마지막 수영을 했다. 


셀하에서 바라본 노을. 카리브 해라 그런지 햇빛 매우 세다.


그렇게 놀다 보니 마감시간이 다가왔고, 우리는 마감시간에 딱 맞춰 셀하를 나왔다. 우리는 물놀이로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택시를 타러 갔으나, 450페소는 너무 아까웠고 결국 콜렉티보를 타러 갔다. 알고 보니 툴룸으로 돌아가는 길은 차도를 건너야 했고, 우리는 "이 길이 맞아?"라는 얘기를 계속하며 차로 바로 옆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하지만 곧이어 다들 잠시 조용해졌는데, 차로에서 본 노을과 구름이 상당히 운치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 조용해졌던 우리는 어느새 노을이 너무 예쁘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고, 사진을 여러 장 찍은 후 노을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갔다. 


콜렉티보를 타러 가는 길에 봤던 노을. 여행을 하면서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이런 경치를 보면 순식간에 걱정과 화가 사라졌다.


그렇게 툴룸에 도착하니 어연 7시가 넘은 시간이었고, 나는 같이 술 마시러 가자는 친구의 제안을 거절한 채 넷플릭스를 보다 지쳐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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