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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애 Dec 04. 2020

추움 속의 열정

100일 도전 78일째 

요가 40분

독서 20분

독일어 X (군터와의 회화 정도? ㅎㅎ) 

첼로 40분 



면접 발표가 너무 갑작스럽게 나서, 지난주 주말에 군터네에서 애피타이저에 이미 배가 불러서 다 먹지 못한 이베리코산 (옛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영토를 합친 지역을 일컫는 이름) 돼지고기를 오늘 먹기로 했었다. 다음 주 목요일이 오전에 면접이라 군타네 집까지 한 시간 반 왕복이다. 그래도 24시 내내 공부를 하고 면접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니까 이왕 약속한 거, 좋은 소식도 (아직 최종은 아니지만) 직접 알릴 겸 어제 DM(화장품, 약, 차, 유기농 식품, 생활 도구 등을 파는 국민 잡화점)의 자동 사진기에서 뽑은 사진도 줄 겸 우린 저녁 약속을 그대로 지키기로 했다. 대신 나는 와인 잔 수 제한! 


군타는 며칠 전 80% 정도 구운 고등어를 식초에 담가 두어 발효시켜둔 요리를 내어주었다. 딱 기분 좋게 애피타이저로 먹고선 애인의 주도로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오븐에 구웠다. 이틀에 한 번씩 발가락 붕대를 소독하고 갈아줘야 하는 군타는 병원 제도에 따라 (보험 처리가 되어 무료다.) 매번 다른 조무사들이 오는 대신에 셰린에게 따로 매번 약 2만 8000원의 돈을 주면서 (개인적 선호기에 보험 처리가 안된단다.) 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그 덕분에 그의 발가락이 많이 호전되었고, 한 달 넘게 처음 나와 시작한 요가도 매일 꾸준히 하고 있다고 했다. 


확실히 예전보다 건강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나도 마음이 괜히 뿌듯했다. 군타는 예민한 사람이다. 아무나 와서 공짜로 치료받는 것보다 자신을 잘 아는 한 사람이 꾸준히 상태도 호전이 되었는지 악화되었는지도 말해 줄 수 있고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돈을 들여서라도 치료를 받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게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이다. 


군타네 집에 가기 전엔 면접 때 (화상) 입을 검은 정장 재킷도 구매했다. 후마나라는 중고 옷가게 체인점이 있는데, 우리 집 바로 앞 말고 15분 정도 걸으면 시청 옆에 큰 지점이 있었다. 거기가 옷이 많아서 그런지 가겨도 같은 후마나 매장보다 훨씬 싸다. 3-4천 원 정도에 살만한 검은 재킷도 있었지만 만원 정도에 그래도 싸게 구매했다. 화상으로 하는 거지만 그래도 갖추고 하고 싶은 마음이다. 


군타에게 면접에 대해 줄 팁이 있냐고 물었더니, 단숨에 없다고 말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외워서 이야기하고 줄줄 자동으로 나오는 인터뷰보다 진심이 우러나오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어떤 사유를 하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 것도 난 어느 정도 탄탄한 연습과 일정 짜인 스크립트가 있어야 자유롭게 말할 수 있기에 난 계속 스크립트도 쓰고, 외우고, 또 말하면서 변하는 부분을 반영해서 다시 스크립트를 수정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질문들은 뻔한데 왜 매번 말할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올까? 어떤 것은 그래서 나도 기대 못한 좋은 답변이 나오는가 하면 마찬가지로 기존 스크립트보다 형편없게 말이 나올 때도 있다. 실전에서는 평소보다 더 잘 나왔으면 좋겠다. 내 사유와 내 진심이 묻어나는 그런 발표가 되었으면 좋겠다. 


군타가 마지막에 말했듯, "근데 넌 이미 준비 다 됐잖아. 해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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