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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애 Dec 14. 2020

주말 벼룩시장

#88. 

100일 챌린지 88일차 

요가 25분 

독서 1시간 

첼로 40분

독일어 1시간



어제 하루 밀려썼기에 오늘 브런치는 두편. 그래서 아직 하루 일과 중 해야하는 것들을 못한 것이 있는데 나중에 하고나면 업데이트를 해야겠다. 


독일은 코로나 때문에 메르켈 총리가 핏대를 세워가며 수치와 감정을 적절히 섞어가며 주지사들에게, 결국은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벼룩시장을 갔다온게 조금 마음에 걸리면서도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우리는 군타를 십일 뒤에 보러 가는 것 이외엔 노년층 중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따로 없기에 구경하러 갔다. 

세 정거장 지하철을 타야하고, 걸어가면 30-40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처음 가보는 벼룩시장이었다. 항상 집 앞에 카날 따라서 2주에 한번 일요일마다 벼룩시장이 있어서 거기를 더 자주 간다. 


가보니 물론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한국도 임대가 많이 나온다는데 여기도 비슷한 상황이다. 장기 미니록다운이 이어지면서 빈 가게들이 많이 보였다. 벼룩시장에 나오는 이들은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도 나오고 집에서 안쓰는 것들을 부스비를 내고서 싸게 파는 이들도 있다. 빠질 수 없는 각 국별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푸드트럭들까지! 물론 다 트럭에 오는 건 아니고 스톨을 받거나 천막을 치는 등의 방법으로 음식과 글루와인 (뜨끈뜨근한 와인), 커피 등을 파는 이들도 나와있었다. 


그 많은 새상품, 수공예품, 중고품, 빈티지 중에서 내 맘에 드는 것은 두어개. 그 중에 가장 맘에 끌렸던 것은 빈티지 실버 팟 같은 거였다. 굴직한 사이즈의 실버로 만들어진 수프 냄비 같은 것이었는데, 손잡이 부분은 둥글게 양쪽이 메탈로 연결되어 고정시킬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이미 색이 녹슨 색이었다. 그래도 냄비 자체도 너무 튼튼하고 색감도 색이 바래서 실버에서 무언가 따뜻함과 세월이 무더났다. 


내가 갖고 싶었던 이유는 집의 플랜트, 식물 화분용으로 쓰려고 했다. 상인은 잡동사니들을 가득 담은 상자들을 20개 가까이 펼쳐놓고 팔고 있었는데, 나에게 15유로지만 13유로에 주겠다고 했다. 화분은 사용한다기보다 식물의 집이기에 굳이 화분이 모자라는 상황이 아니다보니 무언가 큰 돈 같았다... 집이 비좁기도했고...

난 황당하겠지만 5유로를 제시했다. 그는 안된다며, 좋은 가격으로 10유로에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사지 않았다. 그치만 벼룩시장 전체에서 나를 사로잡은 것은 이 실버 팟이었기에 기록에 남기고 싶다. 


한국인 분들도 수제 비누며, 즉석 초상화 그려주기, 직접 그린 아트워크 등을 함께 팔고 계셨다. 인사는 수줍어 못했지만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돌아오는 길은 걸어서 가다가 즉석으로 우리가 있는 곳에서 정 반대에 있는 동네에 한국 치킨집을 가려고 지하철을 탔다. 저녁으론 한국 치킨을 먹을 것이다. 


요즘 고기 먹는 양을 줄이려고 하고 있는데 한번씩 먹으면 좋은 것을 먹는다. 여기서 좋은 것은 물론 한국 치킨이 포함이 된다! 이제 독일어랑 독서하러 가야지...! 88일째도 그렇게 감사히 따뜻하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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