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책: 헬렌 켈러 <사흘만 볼 수 있다면>
[댕크타게북 독서모임장]
헬렌 켈러의 자서전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을 함께 읽는지는 지난 2 주, 그러니까 2주 차다.
1월 1일부터 모임을 시작했을 때는 모임 지기인 나와 다른 선생님 한 분, 이렇게 둘이서 5회 차를 진행했다. 둘이서 독서모임을 꾸리기에 뭐해서 선생님이 필요하신 영어 논문 독해를 도와드렸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자 우리는 한나 아렌트의 '정신의 삶'을 첫 도서로 읽어나가려 했다. 그런데 이 책이 너무 학문적이고 철학적이어서 읽기에 어렵다는 새로운 참가자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다른 책을 추천하기로 했다. 매주 모임을 하기에 우리를 이어주는 사랑방,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서 함께 읽고 싶은 책을 공유하고 가장 읽고 싶은 것을 골라 읽기로 했는데, 아무도 올리는 사람이 없었다. 이제 다음 주 모임이 이 주말만 지나면 다가오는데...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추천했다.
[RIDI select 로 도서 선정하다]
해외에서 한국 도서를 가까이서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전자북 앱밖에 없다. 나는 RIDI select를 사용하는데 물론 원하는 모든 책을 다 구해서 읽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너무나 아름답고 재밌는 책들이 너무 많기에 불평을 할 것은 없다. 특히, 국내 서점에 직접 갈 수 없는 유학생으로서는 말이다.
그냥 최근에 유튜브 <신사임당> 채널에서 어떤 분이 헬렌 켈러 책을 최근에 읽었다고 했는데, 신사임당 님이 아들에게도 읽어주고 가장 좋아하는 책이 헬렌 켈러 자서전이라는 것을 듣고는 떠올랐다. 그리고 리디에 검색을 해보니, 웬걸, 책이 있었다! 공식적으로 독서 모임을 열 책을 선정한 시기에 맞춰 나는 추가적으로 회원들 섭외와 초청에 성공을 했고, 지난 3주 사이 독서 모임은 단 두명에서 6명으로 늘었고, 지금은 1번 이상 참여를 한 사람은 5명에 이르었다. 이 포스팅 마지막에 독서모임 참가자들을 찾는 것이 왜 어려운지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를 할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헬렌 켈러는 그 헬렌 켈러가 아니었다!]
한 번씩은 누구나 읽어본 이 책... 세계 위인전기에도 있고, 추천 도서로도 알려진 고전적인 책이기에 별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헬렌 켈러에 대한 나의 기억은 마치 키워드 몇 개를 떠올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녀가 어느 시기 사람이고, 어디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책을 읽으며 너무나 놀라운 점들이 많았다. 마치 헬렌 켈러라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았다.
그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 나 말고도 두 회원이 이미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근데 너무 오래되어서 한번 더 보고 싶다고 하여 우리는 흔쾌히 다시 헬렌 켈러를 만나게 되었다. 혼자 읽고, 또 함께 읽는다는 것은 독서에 대한 또 다른 빛을 밝혀주었다. 내가 책을 통해서 느낀 점과 함께 읽은 사람들이 되새기고 싶은 지점들이 교차하고, 또 더해질 때 엄청난 힘을 느꼈다. 한 권의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을 동시에 함께 읽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에 대한 경험이 더 풍부해졌다. 마치 그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였던 듯, 또 내 이야기가 그들의 이야기인 듯 우리는 공감하고 또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fr6YO-zLZc&t=455s
오늘 8회 차 모임에서 나는 헬렌 켈러의 라이온스 국제 대회에서 연설한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었다. 비록 영어 자막에 내 화면을 공유하자 소리가 아예 꺼져서 실감은 안 났지만 너무 몰두하여 보는 두 회원을 보면서 나는 이 분들도 나처럼 듣고 있으리라 100% 확신했다 (복선). 그렇게 8분짜리 영상이 끝나고, 내가 줌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하려 하자 나도 그분들의 목소리가 안 들리고, 두 회원들도 내 목소리가 안 들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줌 미팅 방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갔고 그제야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안 들리는지도 모르고 계속 봤네요, 어떡해요! 제가 링크로 공유드릴게요, 꼭 댁에서 한번 보세요. 어쩜 저렇게 그녀는 강할 수 있을까요? 이 자리는... (라이온스에 대해서 설명)"
그러자, 회원 중 한 분이 말씀하셨다.
"우리는 이 몇 분 안 들리는 것을 보면서도 이렇게 답답한데, 헬렌 켈러는 어떻게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그 삶을 살았을까요? 그걸 생각하니, 안 들린다고 소리칠 생각이 안 났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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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읽은 구절을 함께 읽고, 그와 관련한 나의 경험과 느낌을 나눈다. 모임 자체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에 우리는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기록하고, 씨앗 구절, 즉 독서 리뷰를 할 때 인용할 간단하지만 내가 꽂힌 문단등을 사용하여 서로 리뷰를 공유한다. 이 책이 그 첫 번째인데, 벌써 함께 오간 이야기만으로 내용이 너무 풍성하다.
✨ 우리 모임은 댕크타게북 독서장이라 불리며, 남한인인 나와 한국, 영국 등지에 살고 있는 북에서 오신 여성분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탈북 청소년들과 대학생을 위한 독서 모임, 멘토링, 직업 교육 등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에 여성들을 위한 독서모임이 생각보다 없다는 것에 놀랐다. 그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생계. 경제적인 것 뿐만 아니라 완전 다른 세상에 온 탓에 이것, 저것 익힐 것이 너무 많아 한가로이 앉아서 책에 몰두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에선 워낙 책을 접하고,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책 종류도 한정되어 독해를 하는 것을 북에서 오신 분들이 어려워한다고 한다. 거기다가 자녀까지 있다면... 말 다했다. 나와 모임을 하고 계신 분들은 성인 자녀를 두신 분들을 포함해 모두 자녀를 키우시는 어머니이기도 하시다.
최근에 합류하신 한 선생님은 "저는 남과 북쪽 사람들이 다 함께하는 모임을 늘 더 선호해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끼리 계속 이야기해서 뭐하겠어요? 함께 교감하고 배우고 나누어야 할 사람들은 우리에겐 남쪽 사람들이에요. 이렇게 먼저 이런 공간을, 특히 우리 사람들에게 부족한 독서모임을 만들어줘서 너무 고마워요."
댕크타게북은 장기적으론 남과 북이 함께하는 그러나 국경을 초월한 독서모임이자 연대 공간으로 만들어가고자하는 꿈이 있다. 우리의 꿈과 뜻에 더 많은 우리 Korean들이 함께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