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모가 되고 싶다면

갓마더 (Godmother)가 되다!

by 한지애

내가 2년 반 동안 말라위에 지내면서 3명의 새롭게 태어난 아기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 처음으로 이름을 지어 준 아기는 나와 함께 우리 나피니 지역학습센터에서 일을 하던 직원 미지(Missy)의 친언니의 4번째 자녀였다. 아이의 이름은 사무엘로 지었다. 사무엘은 성경에 나오는 이름 중 하나인데, 히브리어로 ‘신의 이름’ 또는 ‘신이 들었다’라는 뜻이다.


사실, 뜻에 큰 의미가 있었다기 보단, 여러 가지 남자 아이 이름들 중에 가장 와 닿아서 지었다. 알고 보니 그 이름은 아기의 삼촌 성함과 같았다. 친척의 이름을 따서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흔하다. 그렇게 얼떨결 에 아기의 이름을 지어주고 나니, 사무엘 주변에 있던 동네 아주머니들께서 다들 나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해 주셨다.



IMG_1328.JPG 생후 몇 일밖에 안된 사무엘의 모습. 막 병원에서 돌아온 후 ...



“이름을 지어주는 사람은 대모가 되는 거야! 대모는 아기를 위해서 여러가지 기본적인 것들을 사다 줘야 하는 의무가 있어!”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나는 속으로 반신 반의하며, ‘괜히 나에게 모든 것을 떠 맡기려고 이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에 그냥 뾰루퉁하게 대답을 하곤 넘어가려 했다. 그러자, 주변 아주머니들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매우 심각하게 한 번 더 이야기했다.


“어어, 진짠데?? 아이고~~~! 비누, 옷, 소보(스쿼시 음료; 물에 희석해서 타서 마시는 원액음료) 같은 거 말이야~~그런거라도 해서 갖다 줘야하는 거 야!”


나는 보다 구체적인 설명에 그 말이 진짜임을 알게 되었다.


사실, 대모는 일반적으로 태어난 아기의 할머니, 또는 이모나 삼촌 등 가까운 가족들이 맡아서 해준다. 왜냐면 그러한 가족 중에 대부분 아기의 이름을 지어주게 되기 때문이다. 난 얼떨결에 가족은 아니었지만, 아기의 이름을 지어줬기 때문에 전통에 따라서 아기가 태어나서 자라나는 데 필요한 생필품과 산모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간식거리 등을 일정 정도 부양(?)해야 하는 책임이 생긴 것이다.


나는 이러한 역할을 내가 맡게 된 것에 감개무량 하면서도, 마을 사람들이 보통하는 수준으로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 그러면 그 이후로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의 대모가 될 것이 뻔했기에. 그렇게 사무엘의 이름을 지어준 지 석 달이 지난 뒤에 드디어 ‘조셉’이 태어났다!



조셉은 마을 시장에서 토바(Tobwa; 현지 곡물 발표 음료)를 팔고 있는 음파소(Mphatso)의 아들이었다. 음파 소의 친 여동생은 마리아나(Mariana)인데, 우리 지역학습센터의 어린이집 교사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음파소는 내가 사무엘 이름을 지어준 것을 모르던 때부터 나보고 자기 아기가 태어나면 이름을 지어 달라고 이미 여러 번 이야기를 한 터였다.


나와 음파소는 내가 마을 시장을 갈 때마다, 토바를 자주 사다 마시면 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그녀는 조셉이 태어나기 전에도 여러 번 나를 자기네 집에 데리고 가기도 했었고, 내가 마을 시장에서 생 닭을 사야 할 때면, 외국인인 나에게 항상 바가지를 씌우는 상인들을 상대로 좋은 닭을 알맞은 가격에 사는 것을 도와주었다. 뿐만 아니라, 직접 생 닭을 손질까지 해 주고, 나에게 어떻게 요리를 하면 되는지, 단계별로 꼼꼼하게 가르쳐주는 것도 잊지 않았었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이러한 부탁을 했기에, 나는 내가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 줄 만큼 큰 영향이 있는 인물인지 고민하던 차에 이름을 지어주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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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이 태어나고 일주일 정도 되어 갈 때 마을 공부방에서 마리아나를 만났었다. 마리아나는 나를 보더니, 음파소가 아직 아기 이름을 짓지 않았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아기 이름을 지어 주길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난 그제야, 음파소가 빈 말로 나에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여러 가지 이름들을 후보에 올려놓고, 이름들이 갖고 있는 의미와 주변에 그 이름을 가진 인물들을 머리에 떠올려 보았다. 그리곤 마리아나와 미지 등 센터에 함께 있던 여자 동료들과 투표한 끝에, 조셉으로 이름을 짓기로 하였다. 나는 조셉을 위해서 또 한 번 마을 시장에 가서 몇몇 옷 가지와 비누, 모자 등을 사다 주었다.


내가 있는 동안 마지막으로 이름을 지어 준 아기는 드디어 여자아기였다! 아기의 이름은 ‘소피’로 지었다. 사실, 이 이름은 내가 나중에 아기를 낳게 되었을 때, 만약 외국 이름을 지어야 할 때(?) 쓰고 싶은 이름이었다. 내 이름 의 ‘지’가 바로 지혜로울 ‘지(智)’ 였는데, 그리스어로 ‘소피아(Sophia)’가 의미하는 것이 바로 ‘지혜'였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소피아의 이름은 무척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만들어 주었지만, 여자아이의 이름으로 항상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었던 터라, 이름을 정하는 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항상 시장을 갈 때 이용하던 지름길을 가던 길이었고, 늘 그렇듯 지나가 는 그 자리에 있는 이웃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그 날 따라 나에게 집으로 와보라는 것이었다.


“하나!!!

(나의 말라위 이름; 내 이름을 나의 성으로 ‘Han’이라고 알려주었 더니, 발음이 있는 외자 소리를 잘 못 내는 말라위 사람들은 ‘하니’ 또는 ‘하 나’라고 불렀고, 나는 내 이름을 ‘하나’로 결정하게 되었다),

타붸라!!!(Tabwera; come here! 일루와 봐!!)”.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룻밤 사이에 소피가 태어난 것이었다. 너무 작고 빨간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여자 아이라 그런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머리숱도 되게 많았다. 아기의 엄마와 할머니는 나에게 이름을 지어내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렇게 난 3분 정도가 걸렸을까? 아기의 이름을 ‘소피아’로 지어주었다. 그 뒤에도 내가 거기를 지날 때마다, 어머니는 소피아를 데리고 나오며, 얼마나 컸는지 보여주시곤 했다.


IMG_6671.JPG 아기가 아기를 안고 ! 마을에선 종종 새롭게 태어난 아기들 소식을 자주 듣는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갓마더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신선했고, 영광스러웠다고도 할 수 있다. 한 생명의 탄생을 특별한 관계 속에서 축복해 줄 수 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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