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을 실증적 연구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
어떻게 하다보니 정치학 박사 연구를 하고 있다.
특히나 독일에서 독일어로 학사나 석사 배경 없이 영어로 박사 승인을 받는 것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그리고 석사에서 나는 국제개발 분야에서 학위를 땄기 때문에 정치학으로 전공을 옮기는 데는 추가적인 증명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시작한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다. 그래도 이 박사 학위 허가 덕분에 독일에서, 베를린에서 비자를 받을 수 있었고 장학금이 없다는 열등감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연구에 몰입하고 의미를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예전에야 박사학위를 따고 박사라는 타이틀을 갖는 것이 사회에서 큰 의미와 책임을 가졌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누구나 원하면,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원만 뒷받침이 된다면 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예전보다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정말 무언가를 탐구하고 싶은 이들만이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거기서의 고뇌를 탐구하게 되기 때문에 좀 더 진실한 면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나는 행위성/ 행위자성에 대한 연구를 하는 데, 지도교수의 관심사에 따라 정치적 행위성/ 행위자성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가져와야 한다. 행위성 자체에 대한 논의도 다분한데 거기다 정치적 행위성/ 행위자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분석하는 것은 더 복잡한 주제를 연구하는 것이 된다.
실증적 연구에서 나는 탈북 여성 중 자신의 생애에 대해서 글을 쓴 수기자를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글쓰기에서 나타나는 행위자성, 그중에서도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에 대한 분석을 풀어 내야 한다. 여기서 어떻게 이 행위자성이라는 개념을 경험적 관점에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연구자로서 나만의 정의가 필요한데, 나에게는 탈북 여성이 한국 사회에서 갖는 소수자적 위치에서, 그리고 이들의 한국에서의 삶이 마치 이 사회에 새롭게 태어난 개체로서 생존, 일상, 침묵 등 정치적 관점에서 대체적으로 부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 이들의 위치와 삶의 관점에서 어떻게 정치적 의미를 파생시킬 수 있는 것인가를 정치적인 의미로 분석하려고 한다.
나의 접근 방식이 지도 교수에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어서 조금 두렵기도 하지만, 나는 이 방식에 대한 확신이 있고, 그를 통해서 정치학 분야에선 우리가 무엇인 정치적인지에 대한 의미를 좀 더 폭 넓게 해석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