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는 꼭 필요해요?

사랑과 공동체에 대한 시골 말라위 사람들의 관점으로

by 한지애

어느 날, 나와 음폰다 마을 촌장님과 미지는 말라위의 혼인 신고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 미지는 처음으로 말라위에서도 정부를 통해 혼인등록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지는 마을에서 이미 전 통 결혼식은 치렀으며, 소문난 잉꼬부부였다. 솔직히 나에게 미지의 고백은 다 소 황당하고 놀라웠다.

‘어떻게 미지는 결혼 8년 차이데, 혼인 신고에 대해 모를 수가 있을까?’

내가 말라위 공식 언어인 치체와를 잘 못 했을 때와는 다르게, 마을 주 민들과 현지어로 대화를 나누면서 난 그들과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 었고, 그 이야기들에는 저마다 다른 가정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일부다처제부 터, 두 집 살림을 하는 남편, (매우 흔한) 미혼모 가정, 재혼 가정 그리고 조부 모 가정 등 매우 다양하고, 저마다 사연들이 다 달랐다. 똑같은 어머니와 아버 지 사이에서 태어나서 쭉 함께 사는 가정들도 있긴 하지만 절대적으로 많은 편은 아니었다. 또한, 도시 사람들과 다르게 마을 사람들은 정식으로 혼인을 하더라도, 미지의 사례처럼 정부에 ‘법적으로’ 혼인 신고 하는 과정을 생략하 거나 모르는 주민들이 많았다.

그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결혼을 하는 경우는 뭔 가 사연이 있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분들은 말라위에 온다면 아무도 혼인 신고를 한 부부인지 아닌지 물어보지 않을 것이다. 자유 로운 결혼을 원한다면 말라위로 오시라!

하지만, 우리나라와 말라위의 이혼율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통계 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말라위를 비롯해서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 혼율에 대한 데이터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우리 마을 주민들 뿐만 아니라, 농촌 인구 비중이 세계은행의 2015년 데이터 기준으로 84%인 말라위 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반증해주는 것 같다. 그렇다고 말라위에서 이혼을 덜하냐에 대한 대답은 ‘잘 모르겠다’이다.

그에 대한 첫 번째 이유는 이렇게 혼인 등록을 하는 사람들 자체가 적 으니, 정확한 통계치를 얻기가 힘들다. 또한,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보면, 마 을의 가정 형태를 보면 비록 정상적(?)으로 엄마, 아빠, 그리고 자녀들로 구성 된 가족이라도 재혼인 경우가 상당히 많았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 사정 이 다 다르겠지만, 여성들의 경우에는 조기 임신이나 조혼을 통해 원치 않는 결혼 생활을 하다가 결국엔 헤어진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혼 을 했다고 해서 모든 결혼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조혼 사례에서는 상대가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결혼을 했다가, 아이만 낳고 남자는 책임을 지지 않고 다른 여자를 찾아 떠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이라도 기록에 남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기 때문에 오히 려 다른 사람을 만나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이것은 우리나라 와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일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이혼 가정 또는 조 부모 가정 등의 용어가 그 자체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아서 불편했지만, 이 곳에서는 낯설지도 부끄럽지도 않은, 그냥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한 모습일 뿐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한편, 삶 자체가 주는 여러 가지 역경들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공식적인 인정이 나 도장 자국이 없이도, 서로 하나된 마음으로 한 평생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몇몇 마을 사람들이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비록 남자가 떠났더라도, 자녀들을 홀로 책임지고 살아가는 강한 여성들은 항상 나의 우상들이다. 한국에 있을 때, 우리 어머니가 갓 서른 넘은 나이에 나와 내 여동생을 10년 넘는 시간 홀로 키우셨다. 난 평생 우리 엄마가 홀로 겪은 시련과 고통을 절대 이해할 수 없 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젊은 부부가 돈을 벌기 위해서 어린 딸을 할머니에게 맡 기고 오랜 시간 마을을 비울 때, 그 떠나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하지만, 할머니 나 젊은 부모는 아이들이 도시에서보다 마을에서 더 건강하고 밝게 클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현실을 받아들이고 각자의 길로 떠난다.

결혼에 반드시 혼인 신고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종이 한 장 보다 서로 에 대한 믿음과 어떤 시련이라도 서로 의지하며 이겨내겠다는 강한 마음이 있 다면, 이미 우린 축복받은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