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게스트 '수잔과 게할'과의 저녁 식사
이번 주말엔 길레름 (나의 파트너)의 오랜 포르투갈 친구인 소피아가 프라하에서 놀러왔었다. 길다른 우리 주방의 끄트막에 매트리스와 이불자리를 깔아주고 우리 집에서 머물도록 했다.
프라하에 있는 포르투갈 문화관련 기관에서 일을 하는 소피아는 주말에 유럽의 다른 도시에서 놀러오는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베를린에 놀러왔었다. 주말에는 길레름도 토요일에 콘서트가 있었고, 일요일엔 저녁에 게할과 수잔을 초대하기로 했었기에 소피아와는 크게 함께 보낼 시간이 따로 없었다.
워낙 쿨한 사이들인지라 소피아는 새벽에 나갔다가 아침에 들어와 잠깐 잠을 청하는 것으로 우리 집에 머무는 것에도 감사해했고, 우리도 함께 시간을 많이 못 보내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프라하에서 베를린까지 버스로 4시간밖에 안걸린다며 다음에 또 놀러온다고 하며 일요일 오후에 소피아는 우리를 떠났다.
일요일에는 하루종일 청소에 새로운 중고 물품들을 들여놓고, 기존에 있던 주방 수납장을 다 분리시켜서 집 밖에 내놓고, 그리곤 샤워하고, 또 손님들을 위한 저녁 준비까지 하며 우리 나름의 바쁜 일요일을 보냈다.
<집 데코레이션과 중고물품 구입> 관련해서는 따로 포스팅 해야겠다.
게할과 수잔은 커플인데, 게할과 길레름은 길레름이 14살때 리스본에서 처음 만났고, 길레름이 4년 전 처음 베를린으로 이사왔을 때, 여러모로 큰 도움을 준 분이다. 게할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공연을 하며 평소에는 사회복지사로 일을한다. 수잔은 과학 관련 기록기관소에서 24년째 일을 하고 있으며, 게할을 통해서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되었다.
두 사람이 저녁 7시에 우리 집으로 오기로 했기에, 나와 길레름은 5시부터 음식 준비에 들어갔다.
밥은 5시 이전에 미리 불려 놓은 것을 불에 올리기만 하면 되었고, 각종 야채 썰기와 떡국 수육만들기를 했다.
떡국에 소고기가 들어가는 것을 까먹은 것도 있고, 저번 손님으로 초대했던 이안은 붉은 고기를 못 먹었기에 고기는 아예 피해야 겠다 싶어서 넣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식 정통 떡국은 아니지만, 떡국떡과 시금치, 호박, 버섯, 당근, 김가루를 재료로 한 떡국을 만들었다. 주방 사진만 보면 한국인지 베를린인지 구분이 안간다. 그정도로 한국식 조미료와 상품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 사실 떡국 떡이 5유로 정도였는데, 7000원. 나름 럭셔리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나머지 기본 야채들이 한국보다도 저렴하기에 한국음식을 한다고 돈이 딱히 더 든다는 생각이 든 적은 딱히 없다!
다시 국물은 태국산 마른멸치와 일본 미역제품으로 만들었다. 소금과 국간장을 조금 넣어서 간을 맞추었고, 좀 낮은 불에 20분 넘게 물을 조금씩 추가로 더 부었다. 사실 떡국용 육수는 아니었지만 다름 국물에 맛을 내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나서, 길레름이 간을 해놓은 김밥 밥에 오이, 샐러드용 스모크 연어, 시금치 (떡국용 재사용?!?ㅎㅎ), 그리고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아보카도 스시...! 를 연상하는 아보카도 등을 넣어 김밥 3줄을 만들었다.
그러고나니, 우리 밥상 모습을 이렇게 완성~!
포르투갈 출신이다보니 길레름은 항상 올리브와 치즈, 빵을 스타터로 내놓는다. 아참, 물론 우린 이 밥상을 와인과 함께 했다는.. 우린 서로 다른 문화에서 왔지만 서로의 것을 잘 받아들이고, 무엇보다 그냥 좋아한다. 사실 난 길레름이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것 만큼 아직 치즈를 사랑할 정도는 아니다. 올리브는 너무 좋지만 특히, 마늘이 들어간 것. ㅎㅎㅎ
정시를 지키기로 유명한 독일 사람들.
과연?
예외 아니게 수잔과 게할은 7시1분에 벨을 눌렸다! 간발의 1분!
지난 번 우리가 밥상을 주방에서 방으로 옮겼다면 이번엔 주방 대변신을 한 것도 있고, 방에 빨래 걸이가 한켠 차지하고 있는 것도 있고 해서 그냥 주방에다 두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리의 밥상은 6인용으로 확장이 가능한데, 오후에 옆집 이웃 커플이 와서 다리를 더 탄탄하게 손을 봐주고 간 틈이었다. 떡국 사진은 참고로 못 남겼는데, 아까 육수 사진에서 육수 건데기를 건지고 나서 떡을 넣어서 삶은 것이 다다. 그리고 떡국에 들어갈 재료들은 별개의 그릇에 덜어서 상에 두었고, 스타터 치즈,빵, 올리브, 그리고 김밥을 보기좋게 내놓았다.
그런데, 항상 2인 기준으로 해먹다가 4인분을 하니 지난 번에도 그런 느낌이 들긴 했는데, 이번에도 음식이 '살짝?' 모자라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만두를 삶기로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심지어 생각을 못하고 있엇기에 냉동실에 있었던 만두는 물을 먼저 팔팔 끓인 후 넣었더니 꾀 빨리 녹았다.
아무튼, 만두의 덕분에 우리 네 사람은 배 부르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우리는 저녁을 마치고, 우리 방으로 옮겨서 게할과 수잔이 선물로 가지고온 카드게임을 했다.
게임은 어렸을적 오락실(?), 컴퓨터(?) -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 로 해본적이 있는 것이었는데, 바로 똑같은 카드 2장 한번에 찾아내기이다. 즉, 게임 참가자들이 돌아가면서 두개의 카드를 열었을때 기억을 해 두고, 똑같은 카드 2개를 한번에 고른 사람은 한번 더 두장의 카드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특이한 점은 이게임은 베를린의 명소와 역사적 인물들을 주제로 카드가 구성되어있다는 점! 베를린을 아직 탐험하고 막 정착하고 있는 나에게, 그리고 포르투갈에서 온 길레름에게는 독일에 대해서 베를린에 대해서 알아 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 게임이다. 사려깊고 센스있는 두 커플에 감사함을 느꼈다.
게할과 수잔과 함께한 저녁시간은 그렇게 지나갔고, 다음번 무비나이트를 기약하며 밤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