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무국적, 그리고 이주/민에 대한 역사적 고찰1

'한나아렌트에서 이사이아 베를린', 세일라 벤하비브 교수

by 한지애

이 책의 원래 제목은 " Exile, Statelessness, and Migration, Playing Chess with History from Hannah Arendt to Isaiah Berlin " 이며, 저자는 예일대에서 정치를 가르치고 있는 유명한 터키계 유대인 여성 학자 세일라 벤하비브 (Seyla Benhabib)이다.


위 제목은 글자수 제한때문에 약식으로 표현해야 했다.


세일라 벤하비브 교수는 헤겔, 칸트에서부터 한나아렌트, 하버마스, 아도르노 등 독일의 근대 (정치)철학자들의 개념과 사상에서부터 오늘날 아직도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민자, 반유대인문제, 무국적자, 타자, 시민권, 젠더 등 비판 이론 Critical theory와 포스트모더니즘 이론 Postmodernism theory 분야에 권위있는 학자이다.


안타깝게도 벤하비브 교수의 유명하고 널리 알려진 책들과 논문들 중에 우리나라에 여태 번역된 책은 두개인 것으로 보인다.

http://bookdb.co.kr/bdb/PersonDictionary.do?_method=writerDetail&writerCategoryNo=1&sc.page=1&prsnNo=30720978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은 상당히 최근에 나온 것으로 2018년에 출판되었다.


책에 대하여 들어가기에 앞서서... 지금 나의 최대 연구 관심사는 무국적 현상이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의 (주관적/객관적) 약자 중에 약자가 바로 법적 보호와 적용 자체가 안되는 존재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단순히 내 집주소가 어디이고, 누구댁 자녀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 만으로 많은 사회적 활동들이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다만, 그 약자성 즉, 눈에보이지 않고, 때론 보여서는 안되는 상황들이 그러 상황을 전혀 감을 잡을수도 없는 이들에게는 점점 판타지, 또는 알고싶지 않은 복잡한 일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한나아렌트의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권리'에 대한 개념에서 시작하여, 국제 인도주의/인권법의 성격과 접근법, 그리고 1948 보편적 인권선언 이후 국제고등인권사무소의 두가지 난민 및 무국적자에 관한 국제 조약등의 규범성에서 나아가 동시대적 학자들 중 유명 젠더학자 주디스 버틀러 Judith Butler 교수의 '수행성 Performativity' 이론, 그리고 지금은 젠더학에서도 킴벌리 윌리엄 크렌샤우 Kimberlé Williams Crenshaw 교수의 교사성이론 intersectionality를 통하여 무국적자들 중에서도 특종 민족, 인종/ 여성/ 계층에 이중적으로 더 복잡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쪽으로 연구 방향과 틀을 잡고 있다.




벤하비브 교수의 이번 책에서도 보면 그녀가 몇 년전 영국 캠브리지 대학 초청 교수 생활 당시 마무리한 원고가 챕터 6인데, 이 챕터의 타이틀은 '권리를 가질 권리에서부터 인도주의 이성/ 논리에 대한 비판까지' 이다. 지금은 순차적으로 읽으며 그녀의 사상적 발전과 논리를 이해하고 있지만, 제일 관심있는 챕터이기도 하다. 무국적 현상 연구와 나의 이론적 바탕으로도 오늘날 국제 인도주의법이나 인권법은 어느 정도의 기준과 규범을 제시해주고, 그만큼 공정성을 보장해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벤하비브 교수가 아렌트와 아도르노, 그리고 유대인 망명 시절 결국 미국까지 가는 여정을 마치지 못하고 스페인 항구에서 자살을 선택한 발터 벤야민 작가의 개념과 글을 토대로 '법'은 법 그자체로 존재하기보다는 상황과 해석에 따라 배열 configuration, 또는 별들처럼 위치하게 되는 constellation 것이라고 하는 것을 받아들이며, 결국은 사회 내 주체성, 존재성, 사회적 관계성 등에 대한 근본적 이해와 접근을 강조한다.

발터 벤야민

* 아래 링크를 들어가면 발터 벤야민의 생애와 주요 활동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730195&cid=42140&categoryId=42140




총 300페이지가 조금 넘고, 9개의 챕터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한 챕터에서 그 다음으로 넘어갈때마다 벤하비브 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색깔과 농도가 짙어진다. 종합적인 서평을 쓰기에 앞서 챕터별로 어떤 소주제를 다루고 있는지 간략하게 공유하고자 한다.


챕터1. 유대 망명자들 사이 얽히고 섥힌 생애들과 테마

'Intertwined Lives and Themes among Jewish Exiles'


챕터1에서는 벤하비브 교수가 독일계 또는 유럽계 유대인들 중에서 그녀가 오늘날 타자성을 생각해보았을때 다시 들여다 볼만한 작가들을 소개하며, 크게 유대인들의 사상과 문화적 경향을 두가지로 나눈다. 그리고 다른 챕터들의 주요 내용과 주장들이 무엇인지를 네러티브 식으로 간단하게 소개해준다.


벤하비브 교수는 미국 긴급 난민수송 위원회에서 파견된 바리언 프라이 Varian Fry을 언급하며, 유럽에서 미국으로의 피난 조치를 받을 유대인 명단을 공개하는데, 여기는 우리가 오늘날 매우 잘 알고 있는 예술가, 학자들이 많다.

- Hannah Arendt, André Breton, Marc Chagall, Marcel Duchamp, Max Ernst, Siegfried Kracauer, Alma Maria Mahler Gropius Werfel, 그리고 Walter Benjamin.

책의 타이틀에서 아렌트와 함께 등장하는 이사이아 베를린 Isaiah Berlin은 1909년 라트비아 출생으로 러시아로 이주를 갔다가, 나중에는 영국으로 이민을 가고, 유대인 최초 옥스퍼드 대학교에 합격을 한 인물이다. 이후 그녀와 가족 역시 미국행 망명길에 오른다.

그러나 발터 벤야민은 미국 망명을 기다리던 중 포르투갈로 여정을 대기하던 스페인의 포우 항에서 1940년 9월 자살을 하고 만다. 당시에 그 말고도 자살을 한 유대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나치 이후, 고향 아닌 고향의 땅을 더이상 밟을 수 없게 되고, 이전 가꾸어가던 삶을 더이상 온전한 자신으로서 이루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수치심과 좌절감이 그를 저 땅 깊이 묻어버린 것이 아닐까 ...


본론으로 돌아가서,

챕터 1에서는 당시 정치적 사상적 격동과 변화에서 (독일) 유대인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였는지를 보여준다. '격동과 변화'란 구체저긍로 19세기 중반 이후 이주와 고향에서 내적 망명인, 타인으로 사회에 속하고, 속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경험을 말한다. 벤하비브 교수는 이것이 동등한 시민이길 원하고 동시에 윤리적으로, 문화적으로, 또 종교적인 차이를 그대로 유지하길 원하는 개인에게 어떤의미를 갖는 것인지를 두 유대인 작가의 글과 주장으로 나누어 답을 제시한다.


첫번째 주장은 '비록 시기가 이렇더라도 우리 유대인은 절대 우리의 가치와 전통을 잃지 않고 고수하며, 우리 문화와 사상의 우수함을 계속 발전시켜가야한다' 이며, 이는 라비 레오폴드 루카스 Rabbi Leopold Lucas (1905)가 쓴 '유대교의 과학과 이의 미래 발전을 위한 지침' “The Science of Judaism and the Roadmap to Its Future Development”에 잘 나타나있다.


두번째 주장은 '이제 두동강이 난 유대인로서의 정체성은 더이상 이를 화합할 수 없을 것'이라 보며, 이에 대한 두려움, 망상, 그리고 아이러니를 담고 있는 모리츠 골스타인 Moritz Golstein (1912)이며, 이는 "독일계 유대인 파르나수스 The German-Jewish Parnassus” 에 잘 드러나있다.


그리고 벤하비브 교수는 아렌트와 아도르노, 그리고 벤야민 등은 두번째 주장에 더 목소리를 실으며, 이 주장이 어떻게 정치적, 도덕적 철학 및 사상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를 그후에 쭉 전개한다. 여기서 모리츠는 '반타자성 half-otherness'라는 개념으로 이런 정체성 위기를 설명하는데, 이는 아렌트와 벤야민을 통해서도 이후에 나치 이후 유대인의 삶과 사회적 위치를 설명하는데 적극 활용되는 개념이된다.

또한 이 반 타자성을 한나아렌트는 왕따 pariah에서 의식적 왕따 conscious pariah라는 개념으로, pariah의 타자성을 적극적이고 의식적으로 활용하여 지식과 문화에 새로움을 더하는 존재인 conscious pariah라는 인물의 성격과 맥락을 같이한다.


벤하비브 교수는 세계 2차 전쟁 이래에 글로벌화된 난민이슈는 후기전쟁 주권국가들과 동시대 자유 민주주의의 위선을 들여다보는 프리즘이라고 주장하며, 이 관계를 더 세밀하게 이책에서 밝힌다.

여기서 키워드는 내 생각에는 '위선'이다. 즉, 자유 민주주의라는 긍정적이고 희망찬 단어가 실제로 우리 사회에 '누구'에게 '어떻게', '왜' 작용하는지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정치적 주체성과 목소리를 빼앗어버리는 등의 모순들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후 챕터를 이어나가며, 한나아렌트의 원고와 주장들을 중심으로 벤하비브 교수는 '위선'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려줄 것이다.


한 편에 세 챕터의 요약을 함께 하고 서평을 하려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져버렸다.


다음편 계속 !!!


챕터2. 동질성과 차이성: 정치적 근대성에 대한 반추에서 인간 존엄성과 전통적 주권

Equality and Difference: HUMAN DIGNITY AND POPULAR SOVEREIGNTY IN THE MIRROR OF POLITICAL MODERNITY


챕터3. 경험적 실재/ 특정인에 관한 모호함: 한나아렌트, 발터 벤자민, 그리고 씨오도르 아도르노

The Elusiveness of the Particular: HANNAH ARENDT, WALTER BENJAMIN, AND THEODOR ADOR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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