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팔한 일요일

혼자 지내는 베를린의 밤

by 한지애

8일차

오전 40분 요가

첼로 30분


독서와 독일어 공부는 못했....다....

오늘까지 마감해야하는 지원서가 있었다. 내꺼 말고 애인...


애인은 오늘 뮨스터에 공연을 하러 갔다.

그가 마저하지 못한 것을 하는 것보다는 글쓰기와 지원서를 그보다 잘 쓰는 내가 맡아서 해주기로 한 것이다.

워낙 꼼꼼한데다 난 개념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안가는 것들은 구글로 영상으로 다 찾아서 좀 더 완벽한 이해도를 글로 보여주는 것을 중요시 생각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도 자정을 훨씬 넘겼는데, 밥도 지원서 1차 마무리를 다 한 11시 반이 되어서야 먹었다.


낮에는 박사 공부를 하고 있는 상하이에서 온 중국 친구 징이와 일식 집에 가서 아시아 파티를 했다? ㅎㅎ 아니 일식을 갔는데 라면과 벤토 정식 같은 것을 먹었는데... 아니 거기 맛이 괜찮았는데... 메뉴가 수시로 바뀌더니 제철 음식을 차리는가보다 했는데, 영 별로였다.


하필 벌이 내 라면에 빠져... 뭐 빼내고 먹을려고 했다만 이미 너무 짜고 맛 없는 라면을 굳이 더 먹을 필요가 있나해서 돈이 너무나 아까웠지만 더 먹는 것은 더 억울할 판이었다.

징이와 이런 저런 지난 여름 포르투갈에서 보낸 휴가얘기, 학업 얘기, 그녀의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남자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아, 무엇보다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공부를 하면서, 거기다 베를린에서 말이다. 나의 고민도 늘어놓고, 그녀의 고민과 주변 친구들이 어떻게 생활비를 마련하는지 등등을 이야기했다.


내 우선은 장학금을 받는 것이지만 올 한해 백수 처럼 지내면서 돈의 가치와 나의 가치에 대해서 정말 깊게 다소 우울하게 성찰해 볼 수 있었다.


브런치 매일 쓰는 것은 백일 챌린지 기록용이었는데, 내 감정 정리와 하루를 돌아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요즘 스마트폰으로 하는 게임 '토니 블라스트'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약간 중독이랄까? 해야하는 일을 피해야할때 한 판만 더하지 하는 마음으로.

정말 기분이 안좋으면서 의존하게 된다. 내가 정신적으로 약해졌다는 증거이다. 머리로는 아는데, 내 손과 눈은 어느덧 '스타트' 버튼을 벌써 눌렸다. 이미 시작했다. 해야한다.


정말?


나약한, 나약해진 내 모습에 조금 더 힘을 내어 챌린지들을 하나씩 할 때면 마음이 좀 나아진다. 특히 요가할때는 육체적인 고통 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것도 같이 나올 때가 있다. 요즘은 요가를 하면서 자주 운다. 나를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만큼 안아주지 못하는 나에 대한 연민, 너무나 사랑해서 고마워서도 흐르는 감사의 눈물, 그냥 설명할 수 없지만 분출해야할 것 같아서 나오는 눈에서 흐르는 물. 복합적인 이유인데, 이렇게 쏟고나면 조금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찔러주니까 반응이 온다.


살아가는 동안 행동하고, 나누고, 경험해보고, 느끼고 그래야지.


애인이 없었지만 우리 건물의 이웃들이 집에서 만든 티라미슈며, 플럼 케이크이며, 대형 버섯 슈니첼 (돈까스처럼 튀긴) 를 나눠 주었다. 어제 인도 식당에서 남은 저녁이 있었는데, 혼자서 저녁을 그렇게 떼웠다. 오늘 요리 한 번 안했네. 이제 자야겠다.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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