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라도 보고 싶었는데

19일째

by 한지애

100일 챌린지 보고

요가 40분

독서 1시간

첼로 1시간

독일어 - 글 쓴 후에 공부할 예정




오늘 원래는 다른 도시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지인이 베를린에 며칠간 있는다하여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Brücke Museum 브류커 미술관에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심지어 엊그제만해도 남자친구도 같이 가도 되냐고 물어봐서 오늘 당연히 갈거라고 오전부터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는데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아침 몸살 기운이 와서 집에서 쉬는게 나을 것 같다고.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사실 여러가지 해야 할 일들도 많고, 박물관은 상시 전시 외에 꼭 오늘 가야 했던 이유는 없었기에 그리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오늘이 추석이라는 사실도 크게 느끼지 못 할 만큼 여기는 어제와 그제와 같은 일상의 반복이었다. 카톡이나 소셜미디어에서 지인들의 추석 인사와 게시글들이 아니면 정말 어느 구석에서도 그 명절 느낌을 들지 않았다. 그래도 저녁에 밥 해 먹을 거리가 우연찮게 얼려놓은 미역과 참치캔, 그리고 쌀이 있어서 미역국에 두부 튀김에 일식 유부밥 (슈퍼마켓에 패키지에 파는거)를 가지고 한식을 잔득 차렸다. 그러고 나니 그래도 보름달은 보고싶었다. 중국에는 moon cake 이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적어도 한가위에 달을 보는 것 만으로도 타지에서도 고향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아니, 달이 꼭 한가위 추석과의 연결 속에서 보고 싶은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만약 보름달을 보았다면 소원도 빌고, 한참 바라보며 우리 가족 생각도 들고 한국을 그리워했을지도 모른다. 저녁을 먹고 밖에 나가 스프레 Spree 강가 앞 운수길에서 달빛을 보려고 말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있는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득 껴서 결국은 달을 못봤다.


추석에 대해 큰 기억이나 따뜻함이 솔직히 별로 없다. 맛있는 음식과 형식적인 아침 제사 밖에는...

어렸을 때는 가야 할 친척이 없고 내려 갈 시골이 없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학교에 돌아가면 나도 용돈을 많이 받은 것 처럼 거짓말을 지어내기도 했는데... 커보니, 추석을 세지 않는 나라에서 사니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싶다. 그땐 어떻게 알았을까?


그러니 한국에서도 명절을 혼자 세거나 조촐하게 세시는 분들,

보름달 하나 베란다에서 내다보고, 동네 마실 나가 하늘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연처럼 오늘은 시월의 첫 날이기도 했는데 명절 연휴 기간 동안 다가오는 겨울 준비와 더불어 올 해 마무리 준비 천천히 하면서 그렇게 나 자신을 돌볼 수 있는 그런 여유를 많은 사람들이 갖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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