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언론사들에 대하여

더 나은 대한민국 만들기

by 유연

이야기의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 아무튼 내가 요즘 흥미롭게 하고 있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매일‘뉴스’를 챙겨보는 것이다.그렇다고 아무 뉴스나 보는 것은 아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나와 같은 언론사만 선택한다. TV뉴스로 보자면 공영방송은 일찌감치 탈락이다. 준공영방송이라 불리는MBC도, SBS도 모두 탈락이다. 지상파 뉴스는 내 기준에서는 모두 아웃이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다. 뉴스의 알맹이가 없어서이다.


객관성을 지킨다는 거창한 명목 하에 깊이 없는 정보 전달만늘어놓는 공영방송사의 뉴스들은 1분만 보아도 피곤해진다. 앵커는정권의 앵무새로 전락한지 오래이고, 핵심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데스크는 진짜 파헤처야 할 사건이 아닌대통령의 행보에만 초점을 맞춘다(마치 땡전뉴스가 다시 돌아온 것 같다).미시적으로 본다면 이들 기사들은 팩트 그 자체이다. 멘트에는 기자의 시선은 1%도 없고 그저 정보만 전달한다. 그렇기에 객관성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거시적으로 보면 한없이 친 정부적이고 친 기업적인 내용뿐이란 걸 알게 된다. 일단 4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내에 소개할 뉴스 거리를 선택하는것에서부터 기사 순서, 기사 소개 멘트 등 데스크의 정치성향이 강하게 반영된다.


누진세를 예로 들어보자.언론이라면 응당 대중의 목소리를 전파를 통해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민이 누진세 폐지를요구하는 이유, 누진세의 아이러니한 체계, 정부 해명의 옳고그름 분석 등 심층취재를 한 후 정부에게 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공중파 뉴스는 이러한일반 대중의 목소리는 10% 정도(이것도 선심 쓴 비율이다)밖에 전달하지 않는다. 그 대신 기업과 정부의 입장에서 그들의 입장만을에둘러 전달한다. 누진세 폐지는 곧 기업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것은 국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미칠 것이란 내용, 박근혜 대통령이 누진세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단순 팩트를 전달하며 정부는 나름국민을 생각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화면을 근거랍시고 보여준다. 허나 권력의 감시자를 자처해야 하는언론은 그 이후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일체 취재하여 보도하지 않는다. 그러니 깨어있지 못한 국민들은 ‘대통령은 국민의 힘든 사정을 생각해서 누진세 폐지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구나~’라고 잘못 곡해하여 믿는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언론을 이용한 여론몰이를 하는 전형적인 유형이고, 독재정권이 가장 좋아하고 자주 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과거 종편채널이 막 생기려 꿈틀대던 시절, 나는 국영이 아닌 민영 TV언론사가 생김으로써 ‘정권에 기생하는 언론사가 더 많아지겠구나…’, ‘우리나라의 언론은희망이 없는 것인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열고 보니 내가 틀렸었다. 그래도 그 중 하나쯤은 제대로 된 언론사가 있었다. 그곳은 바로 제일 기대하지 않았던 JTBC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격인 중앙일보가 그 모기업인 그 곳에서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뉴스를 만나리라고그 누가 생각했겠는가? JTBC 뉴스를 어느샌가 신뢰하게 된 이유는 심층취재와 더불어 언론의 역할에가장 충실하고 있는 뉴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전달하는 기사는 늘 ‘한걸음 더 들어간 뉴스’라는 모토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어쩌면 그 수장인 손석희 사장 덕분일 수도 있다. 역시 국가든 기업이든리더가 참 중요하다. 하하.


매년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 중한국은 올해에도 70위를 기록했다. 2011년 37위를 기록한 이래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매년 후퇴하더니 올해엔 70위까지떨어졌다. 할말이 목끝까지 차올라 있는데도 정부의 해코지가 두려워 말 하지도 못하는 사회. 계엄령이 있었던 잊고 싶은 그 시절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정권의미흡한 부분을 지적하고, 잘못 흘러가고 있는 이 사회의 단면을 소신껏 고발하는 것이 언론인의 역할이다. 몸을 사리고, 타협하고, 누군가의사주로 거짓된(혹은 편향된) 기사를 작성하는 건 언론인이할 행동이 아니다. 그런건 각 기관의 홍보팀이 하면 된다.


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홀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주요소신있는 언론사들이 부디 압박에 못이겨 변질되지 않길 바란다. 물론 매우 힘든 일이겠지만 말이다. 만일 이런 용기 있는 언론사 마저 사라진 사회가 된다면? 믿고 볼수 있는 언론사가 사라진 세상이 된다면? 감시자 없이 기득권들의 폭주기관차가 되어버릴 대한민국에서 희망을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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