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지지해 주지 않는 길을 결정하고, 외로움을 마주하던 시기
내 첫 전공은 유아교육과였다. 그저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로 선택된, 원하지 않는 공부는 나를 괴롭게 했다. 마지막 유치원 실습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교실을 채웠지만, 내 마음은 텅 빈 듯 공허했다. 당시 받을 수 있는 월급 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을 유치원에서 제안했다. 원하지 않는 공부를 한다고 해서 대충 하지 않았던 터라 좋은 기회와 결과를 얻었지만, 마음은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함께 일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 말이 내 결정이었고, 이 말의 책임은 무거웠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백수, 할 줄 아는 것 없는 학생도 어른도 아닌 그냥 “나”였다. 엄마가 원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방에 박혀 고민만 하는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 된 듯했다. 어린 시절, 낯선 교실에서 늘 떠돌던 그 느낌이 다시 나를 덮쳤다. 눈치가 보이고, 속이 쪼그라들었지만, 이 순간이 아니면 진정한 ‘나’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매일 이 질문 속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모든 삶의 등장인물에게는 인생의 굴곡이 그려진다. 오르락내리락, 이 굴곡은 때론 내 선택의 의도와 전혀 관계없이 그려진다. 어린 시절,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조부모님 손에서 자랐다. 가정 형편 때문에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여러 번 전학 다녔다. 새 학교 첫날, 낯선 책상에 앉아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시간을 견디던 기억은 내 마음을 한없이 가난하게 만들었다. 조부모님 집 작은 방, 방문 너머로 들리던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가, 책장 넘기는 소리와 함께 유일하게 적막을 깨트리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고요한 아이가 되었다. 그때의 아이는 지금도 내 안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듯한 불안을 남겼다.
그 작은 아이를 위로해 줄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위로의 수단으로 선택한 것은 ‘글쓰기’였다. 책 읽는 시간을 즐기던 어린 시절의 내가, 학생도 어른도 아닌 나에게 ‘넌 쓰는 것도 좋아해’라고 전했다. 조부모님 집 작은 방에서 책장을 넘기던 매일이 내 안의 외로움을 달래던 순간이었다.
글을 쓰며 마음을 달래는 것도 좋았지만, 당장 내 발로 서기 위해 작은 일을 시작해야 했다. 이렇게 처음으로 내 의지를 담은 굴곡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희망차지만도 않고, 그렇다고 슬프지만도 않은, 마음이 더 가난해질지도 모를 날들의 첫 페이지.
‘딸랑-!’
집 앞 빵집 문을 열며 들리는 경쾌한 종소리와는 정반대의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아르바이트하려고 하는데, 아직 구하나요?”라고 떨리는 첫마디를 뱉었다. 그 순간에는 이 목소리가 나를 어디로 어떻게 이끌어갈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