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해진 날들이 있었다 2

누구도 지지해 주지 않는 길을 결정하고, 외로움을 마주하던 시기

by 지안의 문장

아침 7시, 빵 굽는 냄새와 함께 평범한 하루를 비추는 유리창을 닦는다. 부지런한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여는 것은 썩 나쁘지 않은 긴장감을 주었다.


반복되는 일은 어느새 손에 익어, 나는 빵집의 제법 쓸모 있는 일꾼이 되어 있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에 과감함이 싹텄다. “일을 더 빨리 익힐 테니 시급을 조금 올려주세요.” 그때의 내게 성실함과 부지런함은 가장 큰 무기였으므로, 차곡히 쌓이는 시간 속에서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 외엔 나를 증명할 길이 없었다.


다행히 나의 무모한 제안은 사장님의 마음을 움직였다. 대신 빵집 문을 닫는 밤 11시까지 일을 더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 이 정도면 나도 좋고 아르바이트생을 더 구하지 않아도 되는 사장님도 좋은, 모두에게 이득인 셈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나만의 시간은 줄어들었다. 빵집 유리창을 닦으며 ‘나는 어디에 속한 사람일까, 지금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문득 스쳤다. 하지만 신세를 한탄하기엔 마음이 바빴다.


‘이 작은 자투리 시간 안에 뭘 할 수 있을까?’


독학. 어린 시절 책장을 넘기며 위로받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공부하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많이 보고, 많이 읽고, 많이 써내는 것. 돈 한 푼 들이지 않는 이 간단한 방법에 마음이 끌렸다. 아는 것이 별로 없었던 게 오히려 다행이었을까. 나는 그저 보고, 읽고, 썼다. 그때는 일본 영화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깊은 감성을 담고 싶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같은 영화를 몇 번이고 돌려보며, 그 감성을 닮은 나만의 이야기를 습작했다. 글은 서툴렀지만, 종이 위에 내 이야기를 옮기는 순간만큼은 깊은 구덩이 바깥의 희미한 빛을 보는 듯했다.


밤 11시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12시쯤부터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며 무언가를 끄적이는, 조금 더 긴 하루가 이어졌다. 어제 쓴 글 한 조각이 오늘의 나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빵집 창문 너머로 보이던 평범한 나의 하루하루가 쌓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을까. 지금은 깊은 구덩이에 빠져 있지만, 이 나날들을 밟고 올라서 유리창 너머 희미한 빛이 닿는 길 위에 첫 발자국을 새길 순간이 오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마음에 품었다.


물론 그 구덩이의 어둠을 더 세게 움켜쥐는 날도 있었다. “너는 어떻게 지내?”라는 안부조차, 어떤 성과도 없는 내게는 쓰라린 질문이었다. 먼저 길 위에 올라 빛나는 발자국을 새기는 친구들을 볼 때면, 부러움과 열등감으로 얼룩진 가난한 마음을 마주해야 했다. 그래도 매일 조금씩 써 내려간 이야기가 내 안의 작은 빛을 깜박이게 했다. 그 깜박임이 언젠가 설레는 두근거림으로 바뀔 날로, 하루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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