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해진 날들이 있었다 3

누구도 지지해 주지 않는 길을 결정하고, 외로움을 마주하던 시기

by 지안의 문장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야. 쉬운 일이 아니지. “


엄마의 이 말에는 응원도, 걱정도 담겨 있지 않다고 느껴졌다. 계절이 바뀌며 마음의 계절도 다른 색을 머금었다. 푸르른 봄과 빛나는 여름의 희망으로 물들었다가도, 흐르는 시간 앞에 커져가는 불안은 이내 쓸쓸함 가득한 말들로 덧칠되었다.


어릴 적 조부모님과 살며 엄마와 함께하는 날은, 생일처럼 손꼽아 기다리던 하루였다. 땅거미가 지던 어느 겨울밤, 달빛에 의지해 어둡고 좁은 골목을 걸었다. 걷는 내내 엄마와 맞잡은 내 손은 떨어질 줄 몰랐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작가가 될 수도 있겠지. 우리 딸은 뭐든 잘하니까, 열심히 하면 될 거야.”


그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도 두근거리는 마음은, 작은 불씨가 타닥타닥 타오르듯 점점 뜨거워져 추운 줄도 몰랐다. 아마 새빨갛게 달아오른 두 뺨보다 내 마음이 더 붉게 물들었을 것이다.


두 손을 마주 잡고 걷던 우리의 마음은 왜 이리 달라진 걸까. 팍팍한 삶의 고단함은 서로의 마음을 가난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나 보다. 참, 슬픈 일이다. 그럼에도 어릴 적 엄마와 나누었던 대화 속 진심은 여전히 내 어딘가에 남아, 이 가난한 마음을 비집고 뚫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합격하면 그다음엔 어쩔 건데? “

“그냥 원래 가진 자격증으로 일하면 안 돼? 아깝잖아. “


주변 사람들의 정답 없는 질문들은 나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가난한 마음을 뚫으려 안간힘을 써봐도, 마음의 구덩이는 매번 다시 채워졌다. 그렇지만 매일 밤 숨죽여 방문을 닫은 뒤 공책에 차곡히 쌓이는 글자들이 사라지지는 않으니, 너무 움츠러들지는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두 번의 계절이 지나고, 빵집과 내 방에서 보낸 시간이 겨울을 맞았다. 새로운 학교에 입학해서 나의 작은 이야기들이 세상에 펼쳐질 수 있기를 기다리던 시간이 가까워진 것이다. 창밖 소복이 쌓인 눈 풍경은,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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