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둘만의 토요일

by 맑을담

4편. 둘만의 토요일

아내는 주말이면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당긴 채
오랫동안 잠을 잔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조용히 부엌으로 향한다.


냉장고 문을 열어
식은 밥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고,
계란을 부친다.


바삭하게 구워진 김을 조심스레 접시에 담고,
남은 미역국을 데우는 동안
부엌 한켠에 늘어선 조리도구들의 차가운 금속빛이
불빛 아래 반짝였다.


“아빠, 나 물!”

딸이 큰 눈망울을 반짝이며
목마르다는 듯 컵을 내민다.


나는 물을 가득 채워 조심스레 건넸다.

“아빠, 김 깨졌어!”


아이의 작은 손에 쥐어진 김 조각이 부스러진 것을 보고
조용히 웃으며 접시를 닦았다.


숟가락을 들기까지도 딸은 한참을 망설였다.

앉은자리에서 다리를 꼬았다 폈다 하면서
조금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나는 식탁 위를 닦고,
컵에 물을 다시 채우고,
조심스레 반찬을 잘라준다.


딸이 밥 한 숟갈을 입에 넣는 그 순간까지
나는 기다렸다.

그리고 그제야 나도 밥을 뜬다.




딸은 올해 다섯 살이다.

밖에 나가 노는 걸 좋아하지만,
무리에 쉽게 섞이지 못한다.

자기만의 놀이 규칙이 분명하고,
낯선 환경에서는 먼저 말도 걸지 않는다.


놀이터에 가면
처음엔 내 손을 꼭 잡고 선다.

나는 그 손을 놓지 않고
천천히 옆에 앉아 모래를 파고,
그녀가 미끄럼틀을 오르면
맨 아래서 조용히 기다린다.


“간다!”

딸이 외치면
나는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받아준다.


그 웃음소리는
햇살처럼 따스했다.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그늘 아래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다.


때론 단둘이 지인 가족들과 여행도 따라간다.

다른 가족들은
엄마, 아빠, 아이 셋이지만,
우리는 늘 둘뿐이다.


나는 딸의 수영복을 챙기고,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주고,
물놀이가 끝나면
조심스레 머리를 감겨 말린다.


잠자리에 들기 전엔 압력솥에 뼈를 삶아
갈비탕을 끓인다.

고기를 발라내고, 아이 입맛에 맞게 간을 맞춘다.


먹이고, 입을 닦이고,양치를 시킨 뒤
곧 잠든 딸을 바라본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며 말한다.

“부인이 참 좋겠어요.”
“당신은 정말 가정적인 사람이군요.”


그 말들은 고마우면서도
어딘가 허전하게 다가온다.


누군가는 함께 밥을 차리고,
함께 아이를 돌보고,
함께 피곤해하는데,

나는 이 모든 걸 혼자 해내고 있다.


혼자서도 잘 한다는 칭찬이

때로는 가벼운 위로처럼 느껴진다.


딸과 함께 보내는 하루는 소중하다.

하지만 하루가 끝날 즈음이면
늘 어김없이 떠오르는 건
아내의 빈자리다.


그녀는 어디서부터 사라졌을까.

그리고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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