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출판 프로젝트 #03
원고 투고를 위해서는 기획안과 함께 샘플 원고를 보내야 했다. 샘플 원고라니. 원고 투고도 처음이니 샘플 원고의 형식이나 분량을 알리 없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샘플 원고는 전체 책원고의 30% 정도의 분량을 미리 작성해서 보내는 것이었고, 한 권의 책이 되기 위해서 최소 120,000자 분량의 원고가 필요하니 36,000자 분량을 미리 써야하는 것이었다.
또 책의 한 꼭지(에피소드) 당 약 4,000자 정도의 분량인 것을 고려하면, 약 9개 정도의 주제를 정하고 글을 쓰면 되는 것이었다. 처음엔 이 분량에 대한 감이 없어서 어떤 에피소드는 한 참 길어지기도, 어떤 글은 한 참 모자르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원고 쓰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4,000자 글쓰기의 분량과 호흡에 익숙해지면서 굳이 글자 수를 세지 않아도 얼추 맞추는 수준이 되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나는 책에 맞는 분량과 호흡을 찾고, 그 분량이 정확히 얼마만큼인지를 알기 위해 검색도 많이 하고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내가 글자수 세기 프로그램에 내 글을 넣었을 때 몇 자여야하고, 그것이 한글 파일로는 몇 장을 의미하는가였는데 생각보다 명쾌하게 알려주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내 기준으로 그 분량을 밝히자면, 글자 수는 띄어쓰기 포함 4천자였고, 장수 기준으로는 한글(hwp) 기준 함초롬 바탕 글씨 크기 10포인트, 줄간격 180% 기준으로 했을 때 한 에피소드(하나의 메시지 당 하나의 글)당 2장 반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샘플 원고로 10개의 꼭지를 쓰는데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내가 쓴 샘플 원고 중 실제 책의 원고가 된 분량은 약 20% 정도였다. 책의 기획은 투고를 하는 과정에서, 출판사와 계획 후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바뀌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샘플 원고도 전부 버리고 다시 써야 한다.
나는 실제 원고를 쓸 때보다 샘플 원고를 쓸 때 더 많이 좌절하고 더 많이 포기하고 싶어지곤 했다. 출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확실하지 않은 기획을 믿고 한 달간 글을 쓴다는 것은 꽤 많은 인내심과 배짱을 필요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내기 위해 샘플 원고를 작성할 때에는 어차피 버리게 되는 원고라는 생각으로 일단 최대한 자신있는 꼭지를 골라서, 가볍게 써서 보내는 것이 유리할 것 같다.)
그렇게 기획안과 샘플 원고를 완성하고 나니 출판 프로젝트를 킥오프한지 벌써 두 달이 지나 있었다. 봄이 되어서야 나는 원고 투고를 할 출판사를 부랴부랴 알아봤는데, 전 회사에서 출간 프로젝트를 두 번 진행하면서 내 안에 생긴 출판사 선정 기준은 꽤 명확했다. 도서가 나왔을 때 온오프라인 서점 마케팅을 빵빵하게 해줄 수 있는 출판사, 초판이라도 2,000부 이상을 찍어주는 출판사, 내 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높은 목표를 세워줄 수 있는 출판사, 내 책과 비슷한 책을 이미 출간했거나 메시지의 결이 비슷한 출판사 등등을 고려하다 보니 국내 대형 출판사 다섯 곳이 추려졌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모든 출판사를 리스트업하고 묻지마 투고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무슨 배짱이었는지 앞서 찾은 국내 대형 출판사 5곳에만 투고를 했다. 남편과의 10일간의 유럽여행을 떠나는 비행기에서 출판사에 보낼 제안 메일을 작성하고, 런던에 도착한 첫 날 아침, 에어비엔비 숙소 소파에 앉아 호기롭게 원고 투고 메일을 보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이제 책 출간을 잊고 유럽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내 예상보다 빨리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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