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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기행 Nov 16. 2018

플래그십이란 무엇인가

이태원, 맥심플랜트


가족들과 함께 저녁 마실을 나가 맥심플랜트를 돌아보았다.


아버지께서 커피를 마시면서 물어보셨다. "맥심이 왜 이곳을 만든거니?" 질문의 뜻을 파악하지 못한 나는 열심히 설명했다. "예, 맥심이 기존 믹스커피를 탈피해 스페셜티 커피도 잘 만들 수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 만든 플래그십 카페래요. 로스팅은 얼마나 좋은 기계로 원두 컨디션에 맞고 균질하게 잘 볶아내느냐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여긴 크고 좋은 기계가 많아, 로스팅이 상당히 안정적이예요. 당연히 커피맛도 괜찮구요. 조경도 완성도가 높아요. 동네 분위기도 구호, 띠오리 같은 매장들 앞에서 깔끔하게 분위기를 잡아주니까 쾌적한것 같구요. 이 정도면 좋은 땅에 잘 지어 올린 건물 아닐까요?". 


이번에는 남편이 물어본다. "저기에 1700년대 마이센 도자기는 왜 둔걸까?" "응? 저기에 커피 담아서 마셨겠지." "저거 커피잔 아닌것 같은데?" 


집에 돌아와서 보니 남편이 이야기한다. "나는 맥심 믹스커피가 맛있어. 외국 나갈때도 많이 사가잖아. 근데, 맥심플랜트에서는 맥심을 부끄러워한다는 느낌을 받았어. 나 같으면,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 제품들을 더 맛있고 멋있게 표현하고자 할텐데. 맥심을 저 세련된 공간에서 보여주기 어려웠을까? 정말 좋은 건물을 공들여서 지었는데, 맥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표현했더라면. 맥심만이 보여줄 수 있는 더 멋진 공간이 되지 않았을까? 커피와는 관계없는 마이센 잔 대신, 다방 커피잔이었어도 맥심을 잘 전달했다면 좋았을텐데." .


듣고보니 틀린말도 아니었다. 플래그쉽이라면, 내 브랜드가 걸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그것을 더 멋지고 맛깔나게 표현해주어야 하니까.


돈, 실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밤이었다.


맥심플랜트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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