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aopal Sep 04. 2019

[영화] 러브 앤 아트

Word and Pictures 

 참 신선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전체적인 흐름은 원수지간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다소 클리쉐 한 할리우드 로코와 전개가 비슷하지만, 영화 속 남녀가 대립하게 됐던 요소들이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마커스(남주인공)는 학교에서 고등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이지만 한 때 엄청나게 잘 나갔던 시인이었다. 디나(여주인공) 또한 성공한 화가이며 마커스와 같은 학교에 미술 교사로 부임하게 된다. 

 마커스는 심한 알코올 중독 때문에 잦은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어(Words)'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디나 또한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어 한동안 본인의 작품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그 때문인지 굉장히 냉철하고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이 둘은 처음 만나자마자 티격태격하게 되고, 머지않아 그들이 각자 너무나도 사랑하는 '언어(Words)와 그림(Pictures)'이라는 영역에서 둘은 제대로 불붙은 원수지간이 된다. (이 사이 둘을 왔다 갔다 하며 은근 이간질하는 학생들도 깨알 같다)


 사실상, 예술가들의 싸움이 된 것이다. 

 내가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 사실 이 싸움 장면인데, 단순한 말다툼이 아닌 퍼블릭한 '전시'를 통해 언어와 그림 중 무엇이 더 위대한가 대결(?)을 하기 시작한다.                  


 

 먼저, 학생들로부터 '디나 선생님은 말은 다 가짜라고 했어요'라고 하는 말에 열이 받은 마커스가 먼저 교내에 전시를 하게 된다. 


 그에 디나는                


 '수 천 개의 말보다 그림 한 장이 더 낫다'라는 글귀와 함께 반격한다. 

 이 장면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영화 자체는 로맨틱 코미디라,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둘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진다. 오히려 그것이 어른스러웠던 둘의 싸움에 장난 같은 급 전개가 씌워지는 것 같은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소재만큼은 신선하고 새로워 가끔씩 생각이 나는 영화. 

 (오히려 로맨스 코드를 조금만 줄이고 마커스와 디나가 각자의 핸디캡을 각자 사랑하는 예술 분야를 매개로 극복해나가는 좀 더 드라마성 짙은 영화가 되었으면 어떨까 생각도 해본다)



 그래도 여느 로코와 다름없이 마무리는 훈훈하니, 뭐 결국 언어와 그림도 모두 같은 아름다운 예술이라는 결말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100세 예술가, 카르멘 에레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