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분의 중요성 (오프닝)
열다섯 번째 이야기..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제일 긴장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누가 뭐래도 처음 시작할 때 일 것이다. 긴장감이 가장 극도로 밀려올 때인데, 이 첫 부분을 잘 넘기느냐 못 넘기느냐에 따라 프레젠테이션의 성과가 결정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슬픈 이야기일 수 있겠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극도의 긴장감으로 인해서 첫 1분을 망쳤을 때, 전체 성과가 결정된다는 것은..
보통 스피치나 프레젠테이션이나 마찬가지인데, 전체 내용 중에 오프닝은 퍼센트로 치면 10%가 안 되는 물리적 시간이다. 그 10%가 안 되는 양이 나머지 90%를 결정한다는 데에 조금의 의구심도 갖고 있지 않다. 오프닝에서 버벅대면 끝날 때까지 버벅대고, 말이 빨랐다가 느렸다가 허둥지둥 마무리를 했던 경험이 나에게도 제법 있다. 반대로 초반을 순조롭게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하고자 하는 얘기를 다 전달할 수 있다.
긴장의 정도는 다르지만, 청중들도 프레젠 테이터만큼이나 시작 전에 작은 긴장감을 갖는다. "어떤 얘기를 할까?" "좋은 기획안이었으면 좋겠는데" 하는, 긴장의 내용은 다르지만, 그들도 기대하는 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이 가장 집중력이 좋을 때이며, 그래서 오프닝이 중요하다. 초반부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청중이 마지막까지 집중할 수 있을까?
그들의(청중의) 초반 집중력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오프닝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시설에, 내 시작 또한 한결같았다.
"안녕하십니까. oo사의 홍 실장입니다. 지금부터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겠습니다. 발표의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지금 내 후임이 이렇게 시작한다면,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이 1시간이 걸릴지언정 1시간 내내 욕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난 언젠가부터 오프닝에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주로 내가 쓰는 방법은 청중들에게 프로젝트와 연관된 가벼운 일화를 얘기하거나, 사회적으로 누구나 알법한 이슈로 시작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귀사의 위치가 메인홀이 아니어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올해는 메인홀에 좋은 위치를 배정받은 신 것 같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불과 1년 사이에 참 많은 것이 변한 것 같습니다. 어느덧, 마스크가 없으면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 여러 가지로 서글픈 생각도 드네요."
특히, 연관된 가벼운 일화로 오프닝을 할 때는, 지난번 프레젠테이션에 우리가 참석 경험을 넌지시 각인시키는 효과도 있으며, 또한 그때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여 어떤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할 수 있다. 단 조심해야 할 것은 자칫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겁지 않은 일화를 준비해야 하며, 가능한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소재여야 한다.
사회적으로 알법한 이슈를 선택하여 오프닝을 할 때는, 그 이슈를 통해서 개인의 성향이나 의견이 첨가될만한 소재는 가능한 피하고, 특히 정치적인 이슈나 반기업적 스토리를 가진 이슈는 배제해야겠다. 그러한 이슈를 선택하는 것은 시작도 하기 전에 자폭하는 것과 같다.
앞에서 얘기한 오프닝을 여는 방법을 '질문형'문장으로 시작해도 좋다.
"첫 RFP(입찰요청서)를 받고 나름대로 준비를 하면서, 문득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라고 생각합니다. "
질문형 문장으로 시작한다고 하면 가끔 대답을 요구하는 진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TV에서 강연 프로를 너무 많이 봤거나, 청중을 학생으로 바라보는 선생님의 기운을 받았을 수도 있으나, 제발 그러지 말자. 질문형 문장이지만 곧 답을 해야 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물론, 간혹 예상치 못하게 청중들 중에 손을 번쩍 들어 대답을 해주는 긍정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난 18년 동안 본 적이 없다. 질문형 문장을 한 뒤에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은데, 이는 대답할 시간을 주는듯한 느낌의 긴 시간이 아니고, 잠시 답을 말하기 위한 템포 조절이라고 보면 된다.
프레젠 테이터와 마찬가지로 청중 또한 일종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대감을 달리 말하면 호기심과 같은데,오프닝의 목적은 바로 이 호기심을 살짝 건드려 주는 것이다.
때로는 말이 아닌, 이미지나 동영상 등으로 시작하여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뭐가 되었든, 그 호기심을 제대로 건드려만 준다면, 청중은 프레젠테이션의 시작을 인지하고 당신에게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청중의 집중으로 인해 더욱 열정이 더해진 당신의 모습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