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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실장 Sep 26. 2020

또 이해도 되는 황당한 문제..

금주의 이슈 때리기.. (9월 13일~19일)

국내 유명 은행에서 채용을 앞두고, 제법 이슈가 될만한 과제를 냈다.

디지털 금융에 대한 주제로 A4지 3~4장의 의견을 이력서와 함께 제출하라!

크으~~~ 

40대 중반의 20년 직장생활을 한 아저씨는 양측의 입장에서 한번 바라보려 한다. 이 민감한 문제를 내가 또. 





먼저 은행의 입장. 

생각해보면, '묻지 마 이력서' 제출에 대한 검토를 하는 게 여간 소모적인 일이 아니다. 스펙 위주로 필터링을 하면 또 그거대로 욕을 먹고, 그렇다고 개성이 '뿜뿜'인 지원자들을 다 면접까지 올리자니, 채용을 3박 4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과제를 내주면, 정말 그 은행을 목표로 꿈꾸는 로열티 가득한 지원자들만 검토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누구는 과제로 낸 내용 중에서 좋은 내용을 훔쳐서 날름 먹을 수도 있을 거라는 꼼수라고 얘기하지만, 글쎄다. 신입사원들의 아이디어를 그렇게까지 회사에서 기대를 할까? 

결국엔 진심 혹은 열의 가득한 지원자들을 검토, 필터링을 해야 하는 비용(소모) 절약, 그리고 마지막으로 은행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들의 지원을 기대하는 것일 것이다.



자 이제 지원자들 입장.

열 받을만하다. 가뜩이나 코로나 19로 얼어붙은 채용시장 때문에 힘든데, 이건 뭐, 웬만해선 지원할 엄두도 나질 않는다. 좋다. 백번 양보해서 과제 작성해서 제출한다고 치자. 일주일 동안 고민해서 A4지에 빽빽하게 아이디어를 짜고 짜내서 제출을 하였는데, 과연 평가는 공정한 잣대에서 이뤄질까? 삼성 입사시험 SSAT는 어느 정도 객관적인(객관식 문항들) 느낌이 있지만, 이건 100% 주관식이다. 이 사회의 불공정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고, 각종 채용비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지금, 과연 이 과제에 대한 평가가 정정당당하게 이뤄질까? 주변의 행태로 보면 충분히 논리적 의심이 생길 수 있다. 

대체 누구를 위한 채용기준인지 의심스럽다. 과제를 제출한 지원자는 무조건 면접까지 간다고 해도 의심을 줄일까 말까이고, 정직한 기업이라는 표상이 된 기업도 아닌 주제에.. 이건 의심할 여지없이 '갑질'이다. 그것도 최악의 갑질... 



국민 청원 내용


MZ세대라 일컫는 사람들의 든든한 지원군 '10만 대군' 국민청원. 

청년들은 10만 대군에게 호소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들 10만 대군이 100만 대군이 될 수도 있기에, 그 힘에 대한 결과를 쉬이 예측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아마, 추후에라도 국정감사 같은 곳에서 은행의 대표가 등장해서 국회의원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는 장면 정도는 예측 가능한 상황이다. 불매운동과(은행에서는 주거래은행 변경) 같은 목소리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대응일 것이다. 기업 이미지 악화, 거래은행 변경과 같은 악재는 이미 은행에서 걱정하는 범주가 아니다. 늘 서민의 곁에 있는 '친구'라고 떠들지만, 서민의 작은 푼돈 따위에는 관심 없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 은행이다. 






분명 황당한 문제이지만, 또 이해도 되는 이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좀 더 고민해보면 더 다양한 방법으로, 참신한 아이디어가 들어간 신선한 채용방식을 고안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고작 생각한 것이 이런 거라니.. 물론, 이 방법에서도 아주 긍정적인 측면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고, 또 어느 기업에서는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방식일 순 있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한 타이밍은 분명 아닌 것 같다.

늘,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것에 대한 고안/도전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점에서는 점수를 줄 수 있으나, 그 긍정적인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평가의 절차가 정말 투명하다는 점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래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출발선에 서 있는 청년들에게 한가닥의 희망이 될 수 있다. (솔직히 운동장만 기울어져 있을까? 출발선이 같아도, 누구는 맨발에 20kg 가방을 메고 있고, 누구는 운동화를 신고 있는 게 더 문제다.)


사회가 운동장의 '기울기'를 바로 잡아주고, 정부가 출발선에 있는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한 운동화(조건)를 제공하는 그런 사회가....  하아~ 그런 사회가 오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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