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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rector JI Aug 11. 2018

시골버스_지은석 감독

남해 편 #1

-Prologue-


몇 해 전 꽤나오래 된 이야기이다.

남해에 여행을 떠나 목적지 없이 버스로 이동 중이였다.

남해는 어느 도시보다 아름다웠고, 사람들은 남해를 지키는 파수꾼 같았다.
왼편엔 파수꾼들이 지키는 마을이, 오른편엔 바다가 펼쳐졌다.

당신은 살면서 자연에 몰입된 경험이 있는가?

나에겐 그때 그곳이 그랬다.

잠시 후 버스 안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고,
뭔가 이질감을 느꼈다.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풍경에 2% 부족한 안내방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감정을 곱씹어 보다가 이런 생각에 도달했다.

‘버스 방송을 이 지역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하시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다시 한번 남해에 가기로 했다.


#남해 공용터미널 버스 정류장


서울에서 4시간 반,

남해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은 ‘시골버스’를 위한 답사여서 모든 교통수단을 버스로 한정 지었다.

(남해는 자가용이 없으면 돌아다니기 꽤 힘든 지역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고 출발했다. 목적지는 없었다.

정해놓고 이동하면 숙제가 되어 버릴 것이 분명하여 조금씩 마음을 열고 그때 그 마음이 올라오길 기다렸다.

몰입의 기본은 비움이라 생각했다.


그때 내가 탄 버스는 바닷가를 끼고 달렸었다.


’ 한려해상 국립공원’ 방면으로 가는 버스 티켓을 끊고 30분 정도를 기다려 버스에 올라탔다.

번호도 없는 버스를 타는 것에 핸드폰의 정보는 무용지물이었다.

안내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에 따라 무작정 올라탈 수밖에 없었다.

#농어촌 버스 할머니들

버스에 올라타니 나를 제외하고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였다.

이분들이 안내방송을 한다고 생각하니 한 분 한 분이 궁금해졌다.

그 목소리엔 분명 남해의 역사와 당신의 역사가 들어있을 것이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여쭤보신다.

서울에서는 부담이 여기에선 관심이다.

혼자 왔지만 혼자가 아니게 하는 마음들.

#농어촌 버스 풍경
#농어촌 버스 풍경

예상한 목적지와는 달리 바깥이 좋아 무작정 내렸다.

같이 내린 할아버지에게 잘만 한 곳이 있느냐 물어보니 한쪽을 가리키신다.

서울에서 숙소를 검색해보곤 잘 곳이 마땅치 않아서 걱정을 좀 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마을 사람들이 진짜 정보를 알려주었다.

해 질 녘 부부가 배의 뒷일을 마무리한다.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그물 손질을 한다.

잔잔한 파도소리 위에 갈매기 울음소리만 포개진다.

한참을 앉아서 어부의 시간에 나를 맞췄다.  

서울에 두고 온 사람들이 생각났다.

#이동면 원천리 풍경

아직 손 안의 세상보다는 발품이 먹히는 시대라고 생각했다.

바로 짐을 풀고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향했다.

#이동면 원천리 풍경
#이동면 원천리 풍경

“카톡”

서울에 있는 이들에게 연락이 온다.

그들은 아직 회사에 있고, 그래서 남해에 있는 내가 부럽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나 역시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시골버스’는 무얼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했다.

‘몰입의 기본은 비움이니라’ 천천히 고민을 흘려보냈다.

노을이 나를 안아주는 기분이었다.

별 수 없었다.

안길 수밖에.


#이동면 원천리 풍경
#이동면 원천리 풍경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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