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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부터

소목장 두 번째 이야기

by Director JI

<1화 먼저 보고오기>

이미지.png 공방에는 얌전한 고양이들이 상당히 많다

공방의 뒤뜰에 건조되고 있는 나무에는 고양이들이 참 많이 있다. 마치 나무를 지키는 정령처럼 나무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며 볕이 좋을 때는 팔자 좋게 기지개를 켠다.


"슥~ 쓱~ 쓱~ 슥~"

오랫동안 건조한 나무를 골라 톱질과 대패질을 시작한다.

거침없이 톱질하는 장인의 모습은 마치 활로 첼로를 켜는 모습이다. 인서트 촬영을 위해 제자분께 부탁한 적이 있는데 그 소리가 사뭇 달라서 다시 선생님께 부탁을 했더랬다. 촬영의 무드를 위해 조명을 제한적으로 두고 현장을 세팅하기도 하는데 불편하셨을 만도 한데 개의치 않고 작업을 해주셨다.

이미지.png 톱질
이미지.png 장인은 톱질부터가 다르다
이미지.png 대패질

"슥! 탁~ 스으윽!"

미리 갈아둔 날 선 대패를 고르고 메마르고 거친 표면의 나무를 다듬는다. 표면의 소리는 고르지 못하고 걸리적거리는 소리로 시작한다. 장인은 손으로 더 다듬을 부분을 매만지고 여러 차례 표면을 고르게 한다. 점점 소리는 얇아지고 또 부드러운 소리로 변화한다. 방금 나무의 속살을 꺼내온 것 같은 뽀얀 나무가 드러났다.


다듬은 나무는 천연 접착제를 이용하여 접목한다. 어교와 아교를 이용하는데 두 개를 섞어서 8시간을 중탕한다. 어떤 접착제보다 강하며 자연에서 얻은 것이기 때문에 나무에도 무해하다는 게 선생님의 설명이었다.

이미지.png 어교 (민어부레)
이미지.png 아교 (소가죽)

'전주장'의 앞 판은 두 개의 나무를 이용하여 접목하는데 그 이유가 꽤나 재미있었다. 사람의 눈에 보이는 앞판은 외부의 충격에 강해야하기 때문에 단단한 나무를 사용한다. 하지만 강한 나무는 쉽게 뒤틀리기 때문에 뒤틀림을 막기 위해서 뒤에 연한 나무를 접목한다고 한다. 다른 성격의 남녀가 서로 조화롭게 지낸다는 표현을 쓰셔서 그런가 사람관계도 비단 같더라도 꼭 잘 맞지는 않더라는 경험이 떠올랐다. 부부사이는 더할 나위 없다. 서로 닮아 결혼해도 살면서 극명하게 다른 부분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나무의 접목의 속 의미를 곱씹다가 '부부는 달라야 조화롭구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됐다.

이미지.png 접목하는 나무

접목시킨 나무를 쌈질이라고 하는 단단하게 고정하는 작업을 하고 한 달 동안 한 몸이 되도록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가운데를 켜서 대칭이 되게 가구에 배치하는 것이다.)

이미지.png 많기도 해라
이미지.png 한 달 뒤에 만나요
이미지.png 어교(민어부레) 도둑냥

전주장의 외부의 장식과 문양만 보더라도 감탄을 자아내지만 이렇게 의도까지 이해하고 나면 전통공예가 참 속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번거로워 보이는 과정 하나하나에 각각의 이유가 존재했고, 그것을 요즘 사람들이 보기에는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달리 말하면 속이지 않고 작업한다고 해야 하나?


건조하기 위해 널어둔 어교를 역시나 고양이가 와서 하나를 툭 물어갔다. 모두 자연에서 온 것들이다. 편안한 공방의 풍경처럼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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