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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혜 Apr 22. 2024

식사만으로 부족한 뭔가를 채울 때, 비타민제

너와 나, 각자의 비타민

서윤아, 요즘 들어 저녁에 집에 오면 부쩍 라면을 찾네.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나니, 짭짤하고 감칠맛 나는 라면당기나 봐.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여느 직장인 근무 시간에 맞먹는 시간을 학교와 학원 스케줄로 소화하는 너니까. 엄마도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꼭 맵거나 짠 음식이 당기곤 해서 느낌을 잘 알지. 


음악이나 미술처럼, '공부'가 아니더라도 매일 그렇게 학원 다니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엄마도 알고 있어. 학원 시간을 좀 줄여 주고도 싶지만 아직 2학년인 널 하교 후 집에 오랜 시간 혼자 둘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에 뭔갈 체계적으로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학원을 보내고 있네. 그렇게 보낸 힘든 하루 끝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겠다며 가장 좋아하는 '튀김우동 큰사발'을 강력히 요구하는 의견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어. 그러면서 죄책감을 조금 덜기 위해 토마토 알과 삶은계란 개를 라면그릇 옆에 슬그머니 갖다 지. 라면만으로는 한 끼에 필요한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 같은 게 부족할테니 말이야.


그런데 서윤아, 그거 아니? 라면에도 '비타민'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 말이야. 라면에 비타민이?(어쩐지 어울리지 않지만) 라면 먹으면서도 건강을 좀 챙기라는 식품 회사의 배려인가?


라면에 들어 있는 많은 첨가제 중에는 '비타민 B2'도 있단다.


사실 그건 아니고, 라면 면발이 연한 노란색을 띠도록 '색소' 역할을 하도록 비타민 B2를 넣은 거야. 원래 밀가루는 흰색인데, 노란색을 내기 위한 첨가제로 쓰는 거지. 비타민을 복용했을 때 소변이 노래지는 이유와 같은 이유야.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라면은 비타민제라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해. 하지만 그럴 의도로 비타민을 넣은 게 아니고 또 얼마가 들었는지도 모르니 어디까지나 농담이지. 그보다 라면에는 나트륨과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 있으니, 많이 먹으면 비타민이 들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건강에 좋지 않겠지.




서윤이가 비타민이 뭔지 정확히 알진 못해도,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라는 건 알고 있을 거야. 어떤 음식이 몸에 좋다고 말할 때, '비타민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걸로 설명하기도 하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라는 이유 중 하나도 그 안에 들어 있는 비타민 때문이지. 검색창에 '비타민'을 치면 수많은 비타민제 광고가 쏟아지고 어떻게 먹으란 정보도 셀 수 없이 많이 나오기도 해.


우리 몸의 물질대사와 신체 기능 조절에 꼭 필요한 영양소, 즉 비타민의 존재가 정식으로 알려진 건 약 100여년 전이야. 일본의 스즈키 우메타로라는 농학자가 1909년에 세계 최초로 쌀겨에서 비타민 B1을 분리해 낸 게 그 시작이었지. 그 전에는 '어떤 음식이 어떤 병에 좋더라'는 식으로 비타민의 존재를 추정만 할 뿐이었지. 비타민의 존재와 그 중요성이 알려지고 나서 수많은 연구를 통해 비타민이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종류가 있는지 소상히 밝혀졌지.


지금까지 알려진 비타민 종류로는 A, B, C, D, E, K가 있어. (알파벳이 군데군데 빠져 있지?비타민 연구가 거듭되면서 결국 비타민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들도 있었거든. 명단에 올랐다가 빠져나간 흔적이지) 비타민은 우리 몸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부족하지 않도록 음식을 통해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물질이야. 박테리아, 균류, 그리고 식물은 비타민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몸은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공급해줘야만 해. 비타민은 몸이 근육과 뼈를 만들고, 영양소를 이용하고, 상처를 치료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지.


비타민이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을 할까? 간단히 한번 말해 볼게. 비타민 B의 경우 효소를 돕는 '조효소'('돕는' 효소)를 만들지. 이 조효소의 도움을 받은 효소는 우리 몸이 섭취한 음식으로부터 에너지를 만들어 낸단다. 또 그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돕는 역할도 해. 비타민 B는 무려 여덟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들을 통틀어 '비타민 B 복합체'라고 하지. 비타민 B 복합체에는 B1, B2, B3, B5, B6, B7, B9, B12가 있단다. 각자 활동하기보다는 여러 개가 복합적으로 우리 몸의 물질 대사에 관여하지. 물질 대사 이외에도, 피부나 근육 조직을 유지하고 면역과 신경 작용을 증진하는 역할, 혈구와 세포를 성장시키는 일을 해.


비타민 C는 '아스코르브산'이라고도 하는데, 귤이나 레몬 같이 신 맛을 내는 과일에도 많이 들어 있는 걸로 잘 알려져 있지. 우리 몸에 침투한 감염원과 맞서 싸우고 콜라겐을 만들어서 혈관, 피부, 인대 등이 생성되고 상처가 치료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지.(콜라겐은 상처를 치유하고 치아와 뼈를 구성하는 조직이야) 비타민 C가 부족해지면 피로를 쉽게 느끼고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잇몸에서 피가 나기도 해.


비타민 A는 '레티노이드' 계열 구조를 가진 물질을 말해. (혹시 여드름 약 얘기하면서 비타민 A 얘기도 같이 했던 기억 나려나?) 비타민 A는 백혈구를 만들어내는 걸 돕고(우리 몸을 지키는 정예부대가 백혈구인 건 알고 있지?) 뼈를 만들고 세포를 분화, 분열시켜서 몸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 그리고 특히 눈 세포를 도와서 앞을 잘 볼 수 있도록 해 주지. 그래서 비타민 A가 부족하면 안구건조증이나 밤에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야맹증에 걸릴 수 있지.


비타민 D는 칼슘과 인을 모아서 뼈를 만들도록 해 줘. 우리 몸의 칼슘 농도 항상성과 뼈 건강 유지에 꼭 필요한 비타민이지. 그 밖에도 세포 증식과 분화, 면역 기능에 관여하지. 비타민 D는 다른 비타민들과 달리 피부가 자외선을 받으면 우리 몸에서 직접 합성하기도 한단다. 하지만 요즘은 자외선 때문에 피부가 상하는 걸 막으려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게 상식이 되었고, 바깥 활동을 하기 어려운 때가 많기 때문에(미세먼지, 덥거나 추운 날씨 등등!)  비타민 D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져서 따로 복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지.


그리고 비타민 E는 '항산화제'로 일하는데, ('토코페롤'이라고도 불러) 각종 독소나 발암물질같이 우리 몸 속에서 세포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성분을 제거하는 일을 한단다. 특히 우리 몸의 세포를 이루는 세포막을 산화시키지 않게 하는 '항산화물질'이야. 심장혈관질환에 도움이 되는 성분으로도 알려져 있어.


마지막으로 비타민 K는 피가 잘 응고되도록('응고'는 '굳는다'는 뜻이야) 단백질을 돕는 역할을 하지. 혈액응고인자가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게 이 비타민 K야. 비타민 K가 부족하면 출혈이 있을 때 피가 잘 멎지 않을 수 있어서 부족하지 않도록 관리해줘야 하지.


비타민 종류도 많고 하는 일도 많지?  비타민들은 흡수하는 방법과 화학적인 특징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어.


우리 몸은 어떻게 비타민을 흡수할까?이건 비타민이 '화학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에 따라 달라. 이 화학적인 특징에 따라서 비타민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어. '지용성 비타민'(기름에 녹는다는 뜻이야)과 '수용성 비타민'(물에 녹는다는 뜻이지)이 그것이지.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다는 건 서윤이도 알고 있지?그만큼 성격이 다르다는 건데, 이 두 가지 종류의 비타민도 서로 성격이 다르다는 걸 유추해 볼 수 있지. 지용성이냐 수용성이냐에 따라 우리 몸에 비타민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운반하고 저장하고 남는 걸 버리는 방법이 많이 달라진단다.


먼저 수용성 비타민으로는 비타민 C와 B가 있어. 비타민 B는 여덟 가지 종류가 있지. 비타민 B와 C는 과일, 채소, 곡류의 수분 안에 녹아 있는 형태로 존재해. 이런 음식을 먹으면 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몸에서 직접 흡수해서 혈액에 담겨 우리 몸 속을 돌게 되지. 혈액 성분의 대부분이 '물'이란 건 알고 있지? 그래서 비타민 B와 C가 혈액 속에 녹은 상태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거지.


반면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A, D  E, K는 얘기가 조금 달라. 화학적인 구조 상 지방, 즉 기름에 용해되거든. 그래서 상대적으로 기름이 많은 음식, 즉 유제품, 버터, 기름 같은 음식에 들어 있지. 음식 안에 담겨 몸 속에 들어오면 위와 장을 거치는데, 이 때 간에서 나온 '담즙'을 맞고 흡수되지. 흡수되면 혈액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혈액은 물 성분이라고 했으니 이 지용성 비타민이 잘 섞여들 수가 없겠지? 그래서 특별한 도구가 필여하지. 지용성 비타민에 붙어 혈액 속을 잘 흘러갈 수 있도록 돕는 단백질이 있어. 마치 고무 보트처럼 지용성 비타민을 태우고 혈액을 타고 온 몸으로 이동하는 거지.


수용성과 지용성 비타민의 차이는 어떻게 흡수돼서 돌아다니느냐도 있지만, 몸에 어떻게 저장되고 배출되느냐에도 있어. 혈액에 직접 녹아 이동할 수 있는 수용성 비타민이 사용되지 않고 남은 양은 혈관을 돌다가 그대로 콩팥을 통과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그래서 수용성 비타민은 음식을 통해 매일 보충해 줘야 해. 마치 배수구가 열려 있는 욕조에 물을 받는 것 같지. 욕조에 받았으면 하는 물의 양은 많지 않지만 계속 나가고 있기 때문에 물을 계속 틀어 보충해줘야 하는 거야.


반면 지용성 비타민들은 몸에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어. 간과 지방세포를 창고 삼아 저장해 둘 수 있기 때문이야.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말이야. 마치 위의 배수구 뚫린 욕조에서 물을 받으면서 한바가지씩 퍼다가 양동이에 받아두는 것과 같지. 양동이를 미리 채워 놓았다가 다음에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런데 이 양동이에 든 물이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야. 지용성 비타민은 과섭취하면 독성이 나타날 수 있거든.


우리가 막연히 비타민제를 먹고 '없던 힘이 날 것 같다', '먹지 않으면 건강을 지킬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복용하기보다, 식습관을 한 번 돌아보고 음식으로 골고루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식사하고 있는지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비타민은 '부족했을 때' 나타나는 각종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섭취해야 하거든. '아묻따' 비타민 영양제만 고집하기보다는 신선한 채소, 과일이 포함된 건강한 식사를 했을 때 몸에 흡수가 더 효과적이고 우리 몸에 더 긍정적인 영항을 주거든. 하지만 특수한 경우, 즉 병에 걸려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할 수 없거나 흡수시키지 못할 때, 또는 어떤 이유로 특정한 식품을 섭취하지 못할 때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지.




그러고 보니 서윤이 라면도 좋아하지만 햄스터 같이 귀여운 것도 좋아하잖아. 요즘 새로 좋아하게 된 노래 중에 반려 햄스터를 '비타민'에 비유하는 가사가 있었지. 반려동물로 햄스터를 키우는 (아마도 어린이) 친구가 반려 햄스터를 생각하면서 만든 노래인지, 온통 귀여움과 사랑이 묻어나.  이렇게 누군가 나에게 힘을 주는 존재이고 꼭 필요한 존재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때 우리는 그를 '비타민'에 비유하곤 하지. 꼭 이 햄찌 노래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노래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비타민에 비유한 것들이 많이 있지.


엄마도 서윤이를 엄마의 '비타민'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아주 예전엔 엄마가 서윤이를 만날 줄 꿈에도 모르고 살던 시절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서윤이라는 존재가 엄마 인생에 필요한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됐어. 마치 비타민 C가 뭔지 모르던 대항해시대에 괴혈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던 선원들의 건강을 '라임 주스'로 지켰던 것처럼. 그 실체는 막연했지만 비타민 C는 오랜 항해를 무사히 마치기 위해 꼭 필요한 준비물이었지. 그리고 이제는 실체와 특성이 소상히 밝혀져서 비타민을 낱낱이 더 잘 이해하게 됐고, 내게 필요한 걸 선택해 섭취할 수 있게 됐어. 엄마가 서윤이를 만나고 서로에게 어떤 필요한 걸 주고받을 수 있는지 시간이 지나며 더 잘 알게 되는 것과도 같네.


하지만 비타민에도 적정한 용법과 용량이 있지. 아무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어도 과도하면 탈이 날 수 있고 원치 않는 독성을 만날 수 있으니까. 엄마 삶의 비타민과 같은 존재가 서윤이지만, 엄마에겐 '과다 복용'을 주의하고 선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지. 그래야 우리 사이가 언제까지고 건강하게 유지될 테니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우리 이번 기회에 라면도 일주일에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좀 줄여보는 게 어떨까? ..뭐라고? 서윤이 삶에서는 이미 '

라면이 비타민돼 버려서 그건 안 된다고? 이런이런!)



<참고문헌>

1) 약학정보원 약물백과, 수용성비타민/지용성비타민

2) TED Ed, How do vitamins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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