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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전구 Jul 22. 2024

감정이라는 것이 약점이 되는 건가요

샤워실은 나의 대나무숲입니다.

’ 어른‘이 무엇인가요? 나이가 들수록 웃는 법을 잃고 있어요. 누군가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행복해질 것이라고 하지만 아는 게 독인 것 같습니다. 사탕 하나가 주는 행복과 웃음을 알았던 어렸던 날.. 이제는 마음대로 사소한 것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습니다.

걸려 넘어져 아프지만 주변을 살펴 누군가 이 모습을 보지 않길 바라는 것이 어른입니다. 넘어지면 아픈 것이 당연하고, 피부가 까지면 피가 나는 것은 당연하나 아파서 우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어른에게는. 사회에 나갈수록 ‘솔직함’은 무기가 아닌 단점이 되고, 어릴 적 부모님이 가르쳤던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라는 착한 어린이는 이 사회에는 없습니다. 거짓말과 표정은 변화과 없고. 어른이라는 사회는 흑백 영화와 같습니다. 다른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문제인 것일까요?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했던 어른은 동화 속에나 있을 법합니다. 작은 감정이 새어나가지 않게 청테이프로 고정을 해야 하거든요. 뜯을 때는 그 무엇보다 아픕니다.


어른은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서 이리 열심히 자신의 색을 잃고 이 흑백 세상에 물들어 가야 하는 것인가요?


아이들은 슬퍼 울고, 기뻐 웃는 다. 많은 고민이 있으면 표정에 드러난다. 그것은 그 아이들이 되어가고 그 아이들의 세상이 만들어진다. 참 당연하다. 기뻐서 웃고 슬퍼서 우는 것이. 그 당연한 것들을 하지 못하는 것이 어른이다. 슬픈 일에 다른 이들이 슬픔을 느끼는 만큼 슬픈 일이지 않으면 울지 못하며 남들이 보기에 기쁜 것만큼 기쁘지 않으면 기쁠 수 없다. 그들은 그것에 대해 묻는 다. 왜 그러냐고. 무엇이 슬프냐고. 공감이 되지 않는 슬픔과 기쁨은 어른을 어린 사람으로 만들고 철없는 사람으로 만든다. 참 재미있는 일이다. 감정으로 인해 ‘특별한’이 아닌 ‘유별난’이 되고, ’솔직한 ‘이 아닌 ’ 철없는 ‘말들이 오간다.


이상적인 사람이 아닌 현실적인 어른이 되어야 하는 이 현실. 한 번도 이것에 동의한 적도 없지만 이것에 맞춰지지 않으면 어른이 되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어른입니다. 하지만 나이는  먹지만 어리숙하면 ‘철없는’ 어른이 되어버립니다. 그렇다고 어른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단지 어른이라는 틀에 씌워지는 대우나 시선들이 사라지고 무시나 눈초리를 받게 됩니다. 그래도 어른이기는 합니다.


특별하려면 특별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하고, 누군가를 만나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승리와 연결되는 이곳은 메마른 사막이지 않을까요?

유일하게 샤워 줄기에 의지해 솔직한 감정들이 쏟아질 때는 그 무엇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대나무 숲에 가서 임금님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격이랄까요?. 화장실이 유일한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며 속에 갇혀있던 유리병이 깨지는 순간입니다. 가끔은 술로 인해 자신의 감정이 터져 나올 때도 있지만요. 술이라는 것이 유리병을 깨트려 어른으로서 가지고 있는 서러움과 감정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것이 현재의 우리이며 이 어른입니다.


오리 사이에 백조가 있으면 이상하지만 백조들 사이에 있으면 백조는 평범합니다. 어른으로서 감정은 그럴 수 있는 곳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울고 싶어 슬픈 영화를 찾고 웃고 싶어 코미디를 보고.. 그럴 수 있는 정당함을 찾으러 가고 있습니다. 어른이라 감정에 ‘솔직한’ 옷을 입혀보고 싶습니다.


어른이란 상품과도 같다. 어느 곳에서 팔려야 가장 값어치가 크게 주는지 생각해야 하며 그 상품 속 옵션 속 ‘감정’이라는 것은 없기에. 어른으로서의 장점은 더 넓은 선택지 정도밖에 없다. 감정을 작은 유리병에 가두고 안에서만 소리를 치게 만들고 있다.

어른의 옵션에는 ‘능력’은 있으나 ’ 감정‘은 제외 대상이다.


하루의 마무리가 대나무숲이지 않길 바랍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솔직함’이 무기가 되길 바라며
감정이 약점이 아닌 장점이 되는 곳에 있을 겁니다.
이 감정은 나만의 가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눈물이 약점이라면
장점으로 만들겠습니다.
눈물은 약과도 같습니다.
다쳐서 멍들었고 피가 났는 데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다가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을 수는 없죠
눈물이 앞을 가리면
눈물을 흘려 앞을 보며 걸을 것이고
어른이라고 해서 하면 안 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감정은 자신을 만드니까요.
웃는다고
운다고
화난다고
내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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