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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전구 Nov 24. 2023

같은 시간으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도망가기로 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갈증 하며 밤새 비를 내리며 떠났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제 꽃은 떨어지지 않아요. 더 많은 향을 뿜어낼 뿐이죠, 아무리 작아 보여도 나무의 뿌리가 어느 정도 뻗어져 있는지는 그 누구도 모를 거예요.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꽃과 열매가 없는 것은 아니에요. 다른 나무라고 해도 나무인 것을 잊지는 말아 주세요. 나무가 지구에 없다면 그것은 굉장한 큰일이 될 테니까요. 나무의 종류도 그 나무가 왜 그곳에 심어져 있는지 물음을 던지지 말아 주세요. 그냥 거기 있는 것뿐이에요.”


항상 틀림만 배웠다. 시험지에는 빨간 줄이 쳐져있고 그것들의 숫자가 나를 나타내는 다른 것이었다. 흑백 영화 같이 무채색만 입던 나는 이곳에 와서 놀랐었다.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들의 당연함이 다르기 때문일까. 생각이 많아지는 첫걸음이었다. 예전에 있던 곳은 흑백이었다고 느꼈는 데 여기는 컬러 영화 같았다. 너무 괴롭게 그곳을 생각해서 그랬을까 아님 내가 괴로움에 사무친 채 색깔을 포기한 체 살았기 때문일까, 다양하게 보인 이곳은 새로웠다. 이 색깔들을 내가 사랑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봐야 하겠지만. 이상하게 이 색깔들의 중간에 있는 흑백이었던 난. 이질감을 느꼈다. 이들의 색깔에 물들고 싶었던 마음도 무섭기도 했다. 아직 흑백의 매력도 흑백이라는 색상을 너무 사랑하고 좋고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같은 날씨에도 옷도 참 다양하다 반팔을 입은 사람도, 추워서 패딩을 입은 사람도 참 다양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다른 이가 계절감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패딩 안에 반팔을 입은 사람. 패딩 안에 니트를 입은 사람도 참 다양했다. 어느 순간 날씨에 맞는 옷이 아닌 이 날씨로부터 지킬 수 있는 옷을 입어야한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단지 정해진 날씨에 맞는 옷이 당연했는데,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알았다. 이전에 있던 곳은 흑백이 아니었고, 흑백으로 보았다는 것을 아니, 흑백으로 살기로 했다는 것을.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살다가 돌아가니 한국은 더욱 새로워 보였다. 너무나도 다양한 색상들이 있었다. 다른 안경을 써서 그런 것인가, 아님 안경 렌즈를 빼 버려서 인가, 보지 못하던 색상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단순한 여행자처럼 보여서 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세계에도 이제는 속하고 있지 않고, 익숙함이 밤새 불이 켜져 있는 곳이, 오래된 침대에서 미뤄두었던 오랫동안의 잠을 잔 기분이었다.


과연 좋음만 있었을까?. 사실 그것도 아니었다. 그것들이 가져오는 무서움은 굉장히 많았다. 사랑이었을까? 애정이었을 까. 정이라는 단어가 괜히 한국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홀로 흑백인 외계인이라는 무시도 당했다. 돌아보며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도, 다른 세계를 이야기하면서 조롱하는 행동도, 다르다는 이유로 당했던 무시도 있었다.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성격이라고 하면 한 성격 하는데… 처음은 보호의 명목하에 무시하며 살았다. 그러면 반경을 침해당하며 깎여나간다는 것을 몰랐었다. 이제는 참지 않는다. 그런 이들에게는 아주 친절하게 행동한다. 따스한 햇빛처럼 말이다. 그런 몇 마디에 흔들리는 작은 나무가 더 이상은 아니기에, 겉 보이게 작은 나무지만 수많은 뿌리를 내려 흔들리지 않기에, 꽃과 나뭇잎을 보여주며 예의 있게 이야기해 준다. 과거 뿌리를 많이 내리지 못했을 때, 꽃이 피지 않았을 때는 그들에게 똑같이 해주었었다. 공격적이게 하지만 그것들은 겁먹었음을 나타내는 것을 몰랐었다. 그들 덕에 상대를 향하는 사랑을 많이 잃었었다. 그리고 작은 나무가 깊숙이 뿌리를 내리는 방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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